'1백55㎝ 대 1백76㎝.'


미국 LPGA투어에서 단신인 김미현(25·KTF)과 비교적 키가 큰 켈리 로빈스(33·미국)의 맞대결은 단신의 승리로 끝났다.


대회명은 '자이언트'이글클래식(총상금 1백만달러)이지만 승리의 여신은 단신인 김미현에게 미소지은 것.


김미현은 신장뿐 아니라 거리면에서도 로빈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김은 드라이버샷 평균거리가 2백40야드로 단타자이고,로빈스는 2백65야드에 달하는 장타자다.


김은 티샷을 하고 나면 최소한 두세 클럽을 길게 잡아야 하는 불리한 입장이었다.


김미현도 경기 후 "로빈스는 장타자라서 쇼트아이언을 주로 사용했지만 나는 페어웨이우드나 롱아이언을 써야 했다.무척 어려운 싸움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나 김미현은 '골프는 거리가 전부가 아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1타차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돌입한 김미현은 22일(한국시간) 미 오하이오주 비엔나의 스쿼크리크CC(파72)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솎아내며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14언더파 2백2타로 역전우승했다.


지난 2000년 9월 말 세이프웨이L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1년10개월 동안 6차례 2위를 하며 절치부심한 끝에 일궈낸 귀중한 1승이었다.


김미현은 지난해 무승에 그치며 프로에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스윙교정에 들어가는 모험을 했다.


클럽헤드가 뒤쪽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오버스윙'을 톱에서 샤프트가 지면과 평행을 이루는 '교과서 스윙'으로 바꿨다.


그러나 폼을 바꾼 후 스윙에 자신이 없어지자 최근 다시 예전 스윙으로 돌아갔다.


스윙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고 자신만의 스윙을 되찾으면서 결국 이번에 우승컵을 다시 안을 수 있었다.


최종일 승부는 팽팽했다.


김미현이 3번홀(파4) 1.8m 버디로 공동 선두를 이루자 로빈스는 5,9번홀에서 잇따라 버디를 잡아내며 달아났다.


승부의 전환점이 된 곳은 11번홀(3백61야드).김미현은 드라이버샷을 날린 뒤 8번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해 홀 60㎝에 붙여 버디를 낚았다.


반면 로빈스는 샌드웨지 어프로치샷이 뒤땅치기성이 되며 볼이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3온2퍼트로 보기.


순식간에 공동 선두로 올라선 김미현은 17번홀(4백12야드)에서 '우드의 귀재'답게 7번 우드 세컨드샷을 홀 1.2m 떨궈 우승을 결정짓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로빈스는 18번홀에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려는 칩샷을 시도했으나 볼이 홀 바로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박지은(23)은 이날 5언더파 67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합계 11언더파 2백5타로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지은은 시즌 9번째 '톱10' 진입에 성공하며 이 부문에서 애니카 소렌스탐(12회)에 이어 박세리(25)와 함께 공동 2위를 이뤘다.


박세리(25)는 합계 3언더파 2백13타로 공동 42위에 그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