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현실성있는 공직강령 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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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방지위원회가 내놓은 공무원 행동강령 권고안은 연일 크고 작은 공직비리가 불거지고 있는 요즈음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그 의미가 크고, 특히 부패방지법에 따른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지난해 7월 제정된 부패방지법은 공무원에 대한 청렴의무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행동강령을 만들어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강령안이 그 첫 작품인 셈이다.
물론 공직사회의 비리척결 문제가 어제 오늘 대두된 것이 아닌 만큼 강령을 제정한다고 해서 말끔하게 척결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보면 부방위의 정책의지와 실행노력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러나 정책의지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공직자들의 호응과 실천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 그 간의 경험이다.
따라서 행동강령을 만드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유의해야 할 점은 실현 가능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99년 '공무원 10대 준수사항'이란 것을 만들어 시행해 왔지만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갖가지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사실상 선언적인 규정으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다.
이번에 발표된 강령 역시 공직자들의 청렴의무에만 초점을 맞춰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거나 준수가 불가능한 기준을 제시할 경우 그같은 전철을 밟지말라는 보장이 없다.
자칫 잘못하면 국민 기본권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우려도 없지 않다.
부방위는 이번에 제시한 강령을 기준삼아 각급 기관별로 실현 가능한 자체강령을 만들어 시행토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직무관련 범위 등은 기관마다 다를 것이고,주어진 환경과 여건도 판이할 것임은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 점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너무 반영할 경우 유명무실한 기준이 될 우려도 없지 않다는 점은 또 다른 제약이다.
시한을 두고 서두르기 보다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새로 제정되는 공무원 행동강령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선언적 준칙,또는 실효성없는 상징적 제도로 전락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주기 바란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공직자들의 소명의식과 이를 밑바탕으로 한 실천의지다.
그런 시각에서 접근하면 행동강령 제정과 더불어 고위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더욱 현실적이고 실효성있는 처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