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 강국의 길 '신뢰성에 달렸다'] (4) 설계기술을 확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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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설계기술과 제조기술이 그것이다.
제조기술이 몸통이면 설계기술은 머리다.
제조기술과 달리 설계기술은 후발주자들이 따라잡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설계기술이 부가가치를 좌우한다.
한마디로 기술의 핵심이 '설계'에 달려 있는 것이다.
기술선진국이냐 아니냐가 여기서 결정된다.
하지만 우리의 설계기술은 아직도 선진국 벽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부품.소재산업의 신뢰성 문제도 그 근원을 따져보면 결국 설계기술이 취약하다는 데 있다.
◆ 무엇이 신뢰성 설계기술인가
제품이 완벽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될 설계 및 제조과정이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지금까지 주력했던 것은 품질의 규격 합치 여부였다.
설계에 관한 한 아예 도면을 사오거나 복사설계 내지 개량하는데 머물러 왔다.
제품 수명을 길게 하고, 고장률을 낮추도록 설계하는 것이 바로 신뢰성 설계기술이다.
대우전자 유동수 상무는 "고장은 재료에 가해지는 힘이 세냐 아니면 재료가 약하냐의 문제다. 고장을 줄이고 수명을 늘리려면 이 힘을 어떻게 분산 내지 바이패스하고, 재료를 어떻게 강하게 하느냐에 달렸다. 이것이 신뢰성 설계기술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고장을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기술'이 설계기술이다.
◆ 왜 신뢰성 설계기술인가
전세계 커피포트 핵심 부품의 95%를 공급하는 스트릭스사의 경쟁력은 수명과 고장률, 그리고 고장에서 유발되는 안전성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해결한데 있다.
반면 밥솥 등 각종 가정용 전기 히터류 상품에서 국내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밀리는 이유로 언제나 지적되는 것은 고온(高溫)과 관련한 신뢰성 설계기술의 미흡이다.
오랜기간 부품ㆍ소재 국산화를 시도한 과정에서 얻은 뼈아픈 교훈이 있다면, 개발했지만 시장이 신뢰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일류기업들이 신뢰성과 관련한 수명모델식과 관련인자(因子) 등 고장물리 분야를 극비사항으로 다루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 향후 과제는
국내 기업연구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능연구는 있어도 신뢰성 연구는 없다.
한마디로 성능연구소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업계가 신뢰성 설계의 중요성을 본격 인식한 것은 재작년 말부터다.
신뢰성에 대한 분명한 정의가 부품ㆍ소재 전문기업 육성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반영된 것.
미국보다 50년, 일본보다 30년이나 늦게 출발한 셈이다.
신뢰성 설계기술을 높이려면 기초적인 고장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비롯 전방위적인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부처간 협조나 산ㆍ학ㆍ연 협력도 절실하다.
안현실 논설ㆍ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