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원고(高) 충격파가 국내 실물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수출업계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원화 가치 급등에 따른 영향이 중국과의 경합 품목을 중심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오는 9~10월께면 대부분의 업종으로 '원고 쇼크'가 확산될 조짐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출업계를 즐겁게 했던 '크리스마스 특수(特需)'가 물거품이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박봉규 산업자원부 무역정책심의관은 "국내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환(換)위험 헤지전략을 취하면서 장기적으로 수출선 다변화와 경영혁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 '원고(高) 폭풍' 몰려온다 원화 강세는 당장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시장에서 개도국 저가제품과 맞서고 있는 수출기업들에 직접 타격을 주고 있다. 중국 동남아 등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 가운데 88.9%가 이미 수출 경쟁력이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특히 지난해 말 이후 원.달러 환율이 13%나 떨어진 반면 중국 위안.달러 환율은 전혀 변동이 없는 탓에 섬유 잡화류 등 중국과의 경합 품목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또 선진국과 경쟁하는 기업의 절반 가량도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출기업(79.6%)들은 바이어 이탈을 우려해 가격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대신 내수시장을 개척(38.6%)하거나 수출선.결제통화 다변화(34.0%)를 통해 원화 강세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아예 공장을 해외로 옮기겠다는 제조업체도 22.7%에 달했다. ◆ 실물경제에도 주름살 국내 4천3백여개 제조업체들은 3.4분기 전체 시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4.4로 예상, 경기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2.4분기 전망치(4.8)에 비해선 크게 둔화돼 경기 상승세가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BSI가 4.0을 넘으면 직전 분기보다 호전(증가), 4.0 미만이면 악화(감소)된다는 것을 뜻한다. 세부 항목별로는 매출(4.5) 내수(4.4) 수출(4.4) 등 경영지표가 대부분 회복세를 보이지만 2.4분기 전망치(4.7∼5.0)에는 크게 못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 정부 대책 산자부는 수출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환가료와 외환수수료를 내리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중이다. 또 부품.소재 신뢰성 보험제도를 도입, 한국수출보험공사를 통해 중소기업의 부품·소재 수출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김동선 산자부 수출과장은 그러나 "단기적인 환율대책은 이렇다 할 실효를 거둘 수 없고 기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안된다"며 "국제 공조를 통해 환율 하락 속도를 늦춰 국내 수출업체들이 새로운 틈새시장 개척과 기술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