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적발된 공적자금 비리 사범들은 부실을 만회하려고 무리수를 두다가 공적자금 투입을 초래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주로 분식회계로 꾸민 재무제표를 이용해 사기대출을 받았다. 금융기관을 아예 사들인 뒤 여기에서 부당대출을 받아 기업과 금융기관이 함께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기도 했다.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만들어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도 포착됐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수사는 투입된 공자금을 회수하고 부실 금융기관에 책임을 묻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 다양한 비리 행태 =보성인터내셔널 등 5개 계열사로 구성된 보성그룹은 금융기관을 사들인 뒤 불법대출을 받았다가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김호준 전 회장은 지난 97년 말 인수한 나라종금을 통해 상환 능력이 거의 없던 보성그룹에 2천9백95억원을 불법대출하도록 했다. 나라종금은 부실이 쌓여 두 차례에 걸쳐 2조9백98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았다. 오디오.비디오테이프 제조업체인 SKM도 과도한 설비투자와 법정관리 기업인 동산C&G(옛 동산유지) 인수를 계기로 파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최종욱 전 회장(구속)은 1백40억원을 분식회계한 재무제표를 이용해 1천2백58억원을 사기대출 받아 이중 1천42억원을 동산C&G 정상화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2000년 11월 부도가 났고 동산C&G는 지난해 2월 파산했다. 세풍제지에서 출발, 전라북도에서 사세를 확장해온 세풍그룹은 고대원 전 세풍 부사장이 96년 전주 민방사업자 선정을 위해 39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렸다. 검찰에 따르면 이 자금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와 청와대 수석을 지낸 L씨 등에게 직.간접적으로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수사 방향 =검찰은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한 부실 기업주나 부실 금융기관 관계자를 계속 수사키로 했다. 은닉재산 환수 등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작업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또 보성그룹 등 일부 부실 기업주들이 여권 실세에게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진상을 확인키로 했다. 검찰은 수사 후반기에 공적자금의 조성, 관리, 집행 과정에 관여한 금융 당국에 대한 책임 소재 규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관련 공무원들이 대거 사법처리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