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하수도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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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도는 상수도와 함께 도시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다.
크레타섬 궁전에선 기원 전 2000년 이미 수세식 변소에 배수관을 접속했다고 하거니와 로마엔 BC 616년 축조했다는 하수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유럽에서 하수도에 대한 관심이 일반화된 것은 14세기 중반 페스트가 대륙을 휩쓸면서부터였다.
이후 17∼19세기 유럽 도시엔 대대적인 하수도 축조와 정비가 이뤄졌다.
유명한 프랑스 파리의 하수도도 이때 조성됐다.
1606년 처음 생긴 파리의 하수도는 1750년 센강 오염을 막기 위해 개거식으로 축조됐고 1802년 대홍수 후에 대대적으로 정비됐다.
'레미제라블'에서 장 발장이 마리우스를 업고 달리던 1832년만 해도 수백㎞ 정도였으나 1850년부터 1백년동안 1천3백㎞를 더 가설,현재는 2천㎞에 달한다.
1930년 하수도 총괄관리공사가 설립돼 파리에서 30㎞ 떨어진 아쉬엘에 하수처리장이 건설됐고 71년 파리 하수도조합이 설립됐다.
오랜 노력과 정비의 결과 파리의 하수도는 냄새가 없는 건 물론 각종 역사유물을 보존한 박물관으로 관광지 구실까지 톡톡히 한다.
파리에서 담배꽁초 껌종이 등을 그냥 버려도 되는 것 또한 하수도 청소를 통해 모든 게 걸러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현대적 의미의 본격적인 하수도 개수사업을 시작한 것은 1954년 전후 복구사업과 함께였다.
이후 1ㆍ2차 경제개발 계획에 따른 공업화 및 도시인구 팽창으로 하천오염이 심각해지자 66년 8월 하수도법을 제정,도시 하수 처리에 나섰다.
그러나 우리의 하수도는 지상세계와 완전히 동떨어진 어둠의 세계에 불과했다.
서울시가 9천8백99㎞에 달하는 하수도 중 청계천 일부구간을 탐방할 수 있는 '청계천 투어'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소식이다.
8∼10월 주1회 청계1∼3가 구간에 들어가 아스팔트 밑에 묻힌 유물과 땅속 하천의 실태를 둘러보게 한다는 것이다.
시민의 공감 없이 청계천 복원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정말이지 서울의 땅밑이 어떻게 돼 있는지,걸어서 둘러볼 수는 있는 건지,역사의 흔적은 남아 있는지 궁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