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을 들여 제작한 무대세트와 의상은 공연 뒤 어떻게 될까. 지난달 막내린 뮤지컬 '팬텀 오브 디 오페라'의 호화 무대세트는 고스란히 창고에서 잠을 자고 있다. 대관 기간이 끝나 극장에서 무대장치를 떼어냈기 때문이다. 흥행이 잘돼 본전을 건졌다 해도 멀쩡한 것을 버려두자면 아까운 생각이 앞선다. 한 벌에 수십만원인 의상들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연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의 경우 제대로 의상과 소도구를 갖추어 번듯한 곳에서 공연하자면 1억원 가까이 든다. 서울시내 주요 공연장에 올릴 정도라면 최소 3억원에서 7억∼8억원이 소요된다. 국공립 단체의 주요 공연 중에는 무대 및 의상비로 10억원 이상 지출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공연의 대부분이 한 시즌 무대에 그친다는 점이다. 무용 오페라의 경우 길어야 6∼7일이다. 뮤지컬도 보통 한 달을 넘지 않는다. 시즌을 넘어 재공연되는 일은 드물다. 무대와 의상의 재활용이란 측면에서 레퍼터리 시스템(정기적으로 재공연하는 시스템)이 바람직하지만 관객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다. 예술가에게 새로움은 특권이자 의무다. 그러나 너무 쉽게 갈아치우는 경향이 있다. 브로드웨이 유명 뮤지컬은 십여년씩 꾸준히 공연된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