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시장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미국발(發) 금융불안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투자자들은 물론 실수요자들까지 초미의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 9.11테러사태 이후 미국 증시가 대폭락했을 때 국내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사실에 비춰볼 때 미국 경제불안과 국내 부동산시장 사이에는 1:1 함수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의 미국 금융시장 불안을 "강건너 불 보듯"해서는 안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경제 불안을 태풍에 비유하면 한국 증시는 직접 영향권에 들고 부동산시장은 간접 영향권에 속해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미국 증시 상황은 9.11사태 이후보다 더 악화돼 있기 때문에 국내 부동산투자가들도 미국경제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표면상으로는 무관(無關)=잠잠하던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해 7월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사태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서울·수도권 아파트 지수(2000년 1월 100기준)는 지난해 7월 104.80에서 9월에는 108.69로 뛰었고 12월엔 111.55로 급등세를 보였다. 서울지역 동시분양 청약에서도 일부 인기아파트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매월 청약자 수는 전 달의 기록을 넘어섰다. 대부분의 오피스텔은 견본주택을 열기도 전에 모두 팔려 나갔고 토지공사 및 주택공사가 팔려고 내놓은 택지지구 내 단독택지도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당시 시장상황과 관련,부동산114 김희선 상무는 "국내 부동산 투자자들은 저금리 기조라는 국내 경제여건에 초점을 맞춰 투자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간접 영향권에 들 듯=미국의 경제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부동산시장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원 박재룡 연구위원은 "개인이나 부동산 상품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국 경제 불안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 박정일 마케팅부장은 "경제불안 얘기가 나오면 투자자들 사이에 현금확보 심리가 확산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도 미국 경제 불안은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건설산업연구원 백성준 책임연구원은 "미국 경제 불안으로 수출이 계속 줄어들면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과거처럼 정부가 다시 건설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경우도 예상해 볼 수 있다"는 조심스런 의견을 보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 경제의 불안은 9·11테러 당시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글로벌 경제체제에선 특정 국가의 경제상황이 다른 나라로 곧바로 파급되기 때문에 국내 부동산투자자들도 미국 증시폭락을 먼 나라 얘기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