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hoi@kistec.or.kr 휴가의 계절이다. 바다로,들로,산으로 저마다의 기대를 안고 떠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CF가 공전의 히트가 될 만큼 주5일제 근무와 더불어 편안한 휴식,보람 있는 여가활용이 근로자들의 테마가 되었다. 그러나 요즘의 여행은 떠남과 동시에 후회하기 일쑤다. 끝이 없는,무질서한 행락 인파,쓰레기더미와의 동거,살인적인 바가지 요금 등 하나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해서 차라리 집안에 콕 박혀 책이나 읽을 걸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만큼 책 안 읽는 국민도 없다. 독서는 삶의 궤적(軌跡)을 풀어가는 열쇠요,마음의 양식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책을 등한시하는 게 우리네의 현실이다. 몇 년 전의 통계인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나라 성인들은 1년에 10권 정도의 책을 읽으며, 성인 10명 중 2명은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웃 일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은 양이다. 물론 이는 영화·텔레비전 등 영상매체의 발달,인터넷의 폭발적인 증가,도서관 등 문화인프라정책의 부재와 대학입시의 전근대성 등 여러 요인들이 있기는 하나 독서 인구의 저변 확대에는 지식산업이라 할 수 있는 출판종사자와 이를 확대 재생산할 능력을 갖고 있는 언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요즘 들어 공중파 방송들이 너도나도 오락성 있는 프로그램에서 독서를 권장하거나 책에 관련한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이는 특정 출판물에 의한 편중을 가져와 오히려 독서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일부의 부정적인 견해에도 불구하고 일단 독서인구의 저변확대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책마다 30만부 이상의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으니 가히 그 위력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책은 그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장정(裝幀)이 너무 크고 호화스럽다. 내 개인적인 바람은 외국의 경우처럼 문고판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선진국일수록 작은 판형의 문고판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문고판형 책은 너무 한정적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혹은 일터의 뒤뜰에서 책을 읽고 싶을 때 부담감 없이 주머니 속에서 꺼낼 수 있는 책을 찾지만 마땅한 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언제쯤 그런 책을 마음껏 찾을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