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진원지로 한 세계 금융시장 '태풍 주의보'가 국내 경제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국내 증시가 23일 큰 폭으로 반등했고 연일 급락행진을 거듭했던 원화 환율도 모처럼 되오르는 등 긴박했던 위기 국면은 일단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태풍의 여진이 아직 남아 있어 '주의보'를 해제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시장의 관심은 24일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리는 긴급 경제장관간담회에 쏠리고 있다. 국내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환율의 급등락을 막아 위기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정부 방침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물을 담아낼지 주목된다. ◆ 미국발 위기 가능성 정부는 달러화 가치하락과 미국 주요 기업들의 잇단 회계부정으로 미국 증시가 당분간 약세를 벗어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그러나 미국의 높은 생산성 증가율과 실물경기 회복속도 등으로 볼 때 최근의 주가급락은 지나치게 과도한 면이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강호인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달말 발표될 미국의 2.4분기 경제성장률(GDP 기준)이 2% 수준을 유지하고 7월중 미국의 산업생산과 소비가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면 실물경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시장신뢰 확보가 중요 정부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자체보다는 회계부정과 월드컴의 파산 신청,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미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것. 1997년말 외환위기 이후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꾸준히 개선해 시장신뢰를 어느정도 회복했고 국내 실물경기도 견조한만큼 '최악'에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 환율안정이 더 중요 정부는 실물경기 안정을 위해서는 외환시장 안정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23일 열린 한국은행 경제동향간담회에서도 원화환율의 급격한 하락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주류를 이뤘다. 이날 학계 및 연구기관 대표들은 "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금리 환율 등 거시정책을 보수적으로 신중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승 한은 총재는 이 자리에서 "주식시장에 심리적인 안정을 주도록 통화신용정책을 펼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제정책 큰 틀은 바꾸지 않는다 정부는 하반기에도 국내 경기가 내수와 수출을 위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다만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로 파급되거나 급격한 환율변동이 수출경쟁력 저하로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윤진식 재경부 차관은 "현재의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되 부문별 수급불균형이 나타날 경우에는 미시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