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청약 이렇게...] '묻지마 청약'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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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다음달부터 공모주 제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증권회사가 투자자나 증권사들에게 돌아가는 공모주의 배정물량과 공모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되는 등 바뀌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할 공모기업이나 공모 업무를 대행하는 주간사 증권사를 잘 골라야만 수익률을 높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공모주를 사기만 하면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같은 '묻지마'식 투자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KBS 2TV에서 매일 '세상의 아침'을 진행하고 있는 지승현 아나운서가 바뀐 공모 제도를 알아보기 위해 대우증권 정영채 주식인수부장을 만났다.
지승현 아나운서 =아주 기초적인 질문이지만 '공모'는 무얼 말하나요.
정영채 부장 =새로 주식을 발행하거나 이미 발행된 주식을 50명 이상의 투자자들에게 팔아 자금을 모으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이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 자사 주식을 상장.등록하기 위해선 주식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분산시켜야 하기 때문에 기업이 상장.등록 전에 공모를 실시하게 됩니다.
공모주 청약이란 이같은 공모 주식을 사기 위해 투자자들이 청약서류를 작성하고 청약증거금을 내는 절차를 말합니다.
지 아나운서 =공모제도가 8월부터 많이 바뀐다고 하던데요.
정 부장 =아주 크게 달라집니다.
이제까지는 기업의 주식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기업의 본질가치와 상대가치, 사업성 등을 반영한 가치 등을 구해 산정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주간사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증권사가 공모가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된거죠.
종전에 공모가는 수요예측 가격의 상하 30% 범위 안에서 결정됐지만 이제부터는 자유화되는 셈입니다.
증권사는 수요예측을 계속 실시해야 하지만 공모금액이 50억원 미만일 때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반 공모물량의 절반이 주간사 이외의 증권사에 강제로 분산케 하는 강제배정제도도 폐지돼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됩니다.
지 아나운서 =수요예측이란 말이 생소하네요.
정 부장 =말 그대로 공모 주식에 대한 수요와 가격을 예측해 보는 것이죠.
공모 일정보다 대략 1주일 정도 전에 미리 공모물량을 많이 가져가는 기관투자가들끼리 모여 희망하는 매입수량과 매입가격을 적어내는 겁니다.
주간 증권사는 이를 공모가격을 확정하는데 활용합니다.
지 아나운서 =시장조성 가격이 상향 조정된다고도 하던데요.
정 부장 =시장조성이 뭔지부터 설명하죠.
공모를 통해 신규로 상장(등록)한 회사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일정비율 이상 떨어졌을때 주간사 증권사가 이를 일정금액(시장조성 가격) 이상으로 되사주는게 시장조성입니다.
한마디로 주가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유지시켜 주는 것이죠.
예전에는 상장(등록) 직후 1개월 안에 주가가 공모가의 80% 미만으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공모주식 전량을 80%에 사줘야 했지만 8월부터는 매입비율이 90%로 올라갑니다.
종합주가지수나 업종지수가 10% 이상 떨어지면 시장조성 가격이 하향 조정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증권사의 자율폭이 높아진 만큼 책임도 높게 하자는 의도죠.
지 아나운서 =공모 제도가 바뀌면 증권업계에 파장이 클 것 같네요.
정 부장 =그렇습니다.
주간사의 실적이 공개되면 증권사간 차별화가 부각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영업을 잘하는 증권사를 축으로 증권사의 대형화가 유도될 전망입니다.
또 증권사들이 공모 방법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됨으로써 공모 형태가 다양해지고 공모 시장도 보다 효율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 아나운서 =일반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정 부장 =무엇보다도 증권사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종전에는 강제배정조항이 있어서 어떤 증권사에 계좌를 갖고 있더라도 공모 청약에 참가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주간사가 마음대로 하게 됩니다.
공모 업무를 거의 취급하지 않는 증권사와 거래하는 고객은 최악의 경우 공모주 청약을 전혀 할 수 없게 됩니다.
주간사 증권사가 과거에 상장(등록)업무를 대행한 기업들의 주가가 상장 후에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폭락한 사례가 있다면 증권사의 분석 능력을 한번쯤 의심해 봐야겠죠.
이래저래 공모주 투자자들은 앞으로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게 될 겁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