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한국회사에 대한 비판적인 보고서를 낸 외국의 증권 애널리스트들이 쫓겨나거나 어려움을 당하며 '험로(rocky path)'를 걷고 있다고 장황하게 보도됐다. 부정적인 보고서를 썼기 때문에 어떤 애널리스트는 홍콩이나 도쿄로 떠나거나,사과를 하거나,정보제공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감독당국의 조사도 받고 있다고 했다. 외국증권사들은 한국기업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전통적인 관료주의적 환경아래서 비판에 적응하기가 어렵다"거나, "한국회사들은 더 프로다워야 하고 애널리스트들을 더 잘 다루고 부정적인 평가를 뛰어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외국 펀드매니저들의 충고도 곁들였다. 한국회사들은 이를 부인하고,"외국 애널리스트들이 우리를 왜 이렇게 싸게 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동업계에서 세계 최고의 순익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은 수익의 겨우 8배에 거래되는데 비해 노키아는 20배에,타이완반도체는 25배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예로 들었다. 삼성전자는 압력을 가한 적이 없으며 비판할 권리도 침해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가 된 UBS워버그의 경우 다른 애널리스트들과 함께 'strong buy'로 발표하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hold'로 바꾸면서 일부 큰손들에게 사전에 정보를 유출해 큰 이익을 보게 했다는 주주들의 비난이 제기돼 감독당국에 위법여부의 조사를 의뢰했을 뿐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3조3천8백억원,2분기 3조4천2백억원의 사상 최대 순익을 냈다. 말썽의 진위여부는 감독당국의 조사결과로 밝혀지리라고 생각하지만,이러한 말썽의 배경에 깔려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외국투자자들은 기업의 경영상황과 지배구조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투자정보가 시장참여자에게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을 때 한두명의 애널리스트에 의해 시장이 좌우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외국투자자가 사면 따라 사고 팔면 따라 팔아 외국투자자는 언제나 돈을 벌고 국내투자자는 돈을 잃는 우리 증권시장의 행태에서 외국의 큰손들을 업은 외국 애널리스트들은 50%가 넘는 개미군단들을 끌고 다니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에는 '꼭 지켜야 할 법''안 지켜도 되는 법''때에 따라 지켜도 안 지켜도 되는 법'등 세 가지 법이 있다. 무엇을 꼭 지켜야 하는 지를 알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감독당국과 접촉해야 한다"는 어떤 외국 컨설팅회사의 보고서와 같이,외국인들에게 이런 인식이 있는 한 그들은 우리의 법규를 무시할 수가 있다. 외국금융회사 사람들이 그들의 잘못을 모면하기 위해 본부에 한국의 관료주의나 투명성 탓을 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에서 일할 때 그들의 잘못을 한국감독당국에 돌린 외국보험사의 책임자를 추방한 적도 있었고,있는 규정을 예사로 무시한 외국은행에 대해 영업 일부를 정지시킨 적도 있었다. 개방되고 투명한 기업환경과 함께 법이 엄격히 집행되지 않으면,문제가 생길 때 우리측에 핑계를 돌리며 얕잡아보는 외국인들의 '사소(事小)'주의적인 행태를 바로잡을 수 없고,정해진 법을 외국인이라고 관대하게 적용하고 개미군단들이 외국인들을 따라다니는 '사대(事大)'주의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적어도 삼성전자가 비판적인 평가를 했다고 문제를 삼고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믿는다. 그러나 투명한 기업정보의 공개를 위해 사외이사나 소액주주 경영참여를 타율적으로 밀어붙이기 보다,선진국과 같이 시장친화적이고 프로다운 제도가 필요하다. 기관투자가의 비중을 70% 이상으로 올려 외국인을 따라다니는 개미군단이 아니라,기관투자가가 주류를 이루어 시장을 끌고 나가야 한다. 법규는 글로벌스탠더드를 따르고 언제나 엄격히 집행돼야 한다. 기업의 투명성 제고,기관투자가 중심의 시장개편,정해진 법의 엄격한 집행이 함께 할 때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김포매립지에 국제금융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첨단 빌딩과 시설의 설치도 중요하지만,시장환경의 실질적인 개선이 함께 있어야 한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