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당시의 언어인 팔리어로 기록된 초기 불교의 경전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 회장인 전재성 박사가 지난 1월 팔리어 대장경 중 '쌍윳다니까야'(전12권)를 완역한 데 이어 한문 번역본의 '중아함경'에 해당하는 '맛지마니까야'를 처음으로 번역,첫권을 냈다. 팔리어는 석가모니 당시 보편적으로 쓰였던 언어.석가모니도 팔리어로 설법했다고 한다. 따라서 팔리어 대장경은 한문으로 이중번역된 경전과 달리 석가모니의 육성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석가모니가 열반한 뒤 제자들이 그 가르침을 결집,구전으로 전승되던 것을 BC 50년께 스리랑카 바타가마니왕 때 문자로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 불교계가 팔리어 대장경을 접한 건 최근부터다. 팔리어 대장경을 소승불교의 경전이라며 경시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번역된 '맛지마니까야'는 중간 정도 길이의 설법을 모은 1백52개 경으로 이뤄져 있으며 '맛지마(Majjhima)'는 중간,'니까야(Nikya)'는 모음이라는 뜻.부처가 수행자들에게 설한 법문을 편집한 것이어서 불교의 교리체계를 원형대로 간직한 최고의 경전으로 평가된다. 전 박사는 "한문 아함경을 한글로 번역할 경우 이중 번역으로 인한 왜곡을 피할 수 없다"면서 "맛지마니까야에서도 한문 경전과 다른 부분을 여러 곳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맛지마니까야'에 '미신과 터부에 대한 집착'으로 기록된 것이 한문 경전에서는 '계율에 대한 집착'으로 번역된 것 등이 그런 사례다. 티베트어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독일어 등 9개 언어에 능통한 전 박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맛지마니까야'를 전5권으로 완역할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