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도 이천본사에서 열린 하이닉스반도체의 임시주주총회는 예상대로 소란스러웠다.


채권단이 67%에 가까운 절대지분을 차지한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은 더 이상 논리적으로 따지기를 포기한 듯했다.


주가 회복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주식수를 앞세워 표결처리한다면 소액주주들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차라리 사장실에서 사장과 채권단대표 둘이 마주앉아 주총을 하라"는 한 소액주주의 얼굴에는 분노를 넘어 자포자기의 빛이 역력했다.


개회초 잠시 머뭇거리던 소액주주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와 채권단에 대한 성토의 수위를 높여갔다.


일부의 행동이 도를 넘어서는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이들의 발언중 공통분모는 "정부가 왜 그토록 마이크론에 대한 매각에만 매달리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D램 가격이 1달러 이상이면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는 한 주주는 "전윤철 부총리를 비롯한 정부관계자들이 이제 와서 하이닉스를 법정관리하겠다느니 독자생존은 불가능하고 매각하는 수밖에 없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을 하고 다닌다"며 "왜 그런 이야기를 해서 주가를 계속 떨어뜨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실 전윤철 부총리는 하이닉스 매각이 좌절된 이후 10여차례에 걸친 외부강연에서 하이닉스가 독자생존능력이 없으며 채권단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로서도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겠지만 어쨌든 그의 발언이 있을 때마다 주가가 폭락한 것은 물론 거래처들이 이탈하고 물밑에서 진행되던 각종 제휴와 외자유치협상이 물건너가곤 했다고 한 관계자는 하소연했다.


한 주주의 말을 빌리자면 팔려는 자기 물건에 스스로 흠집을 내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주총이 끝나고 하이닉스 채권단은 새로운 구조조정안을 만들어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번 매각추진과정에서 제기됐던 의문점과 갈등요인들이 아직은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 주총에서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산업부 대기업팀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