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8:10
수정2006.04.02 18:13
한국은행의 '2001년 제조업 현금흐름 분석'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수입을 유형자산 투자지출로 나눈 수치인 투자적정성 비율이 지난해 72.7%로 전년에 비해 22%포인트 가량 높아지는 등 지난해 기업의 현금흐름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한다.
외환위기 이후 자산규모나 외형성장 등으로 기업을 평가하던 과거와는 달리 현금흐름이 가장 중요한 경영지표중 하나로 자리매김됐기에 이번 조사결과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분석내용을 살펴 보면 제조업체의 현금흐름 개선을 무작정 반길 수만은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업체들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영업을 잘해서가 아니라 장래에 대비한 투자를 제대로 안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금흐름 개선의 배경이 건전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는 국내 제조업부문의 영업이익이 지난 99년 이후 3년 연속 줄었고,업체당 평균 투자지출도 전년에 비해 32.4%나 줄어든 59억5천만원에 불과했다는 사실로 확인된다.
그중에서도 업체당 평균 설비투자 규모가 외환위기 이전인 95∼97년 수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9억2천만원에 그쳤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기업투자가 이렇게 부진한 원인은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지난해 겪은 극심한 불황 탓이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경기가 좋아졌는데도 투자부진이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은 것 같다.
미국발 금융불안으로 인해 하반기 이후 경기전망이 불확실한 탓도 있고, 내실경영을 선호하는 사회분위기도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어쨌든 기업경쟁력과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투자부진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만큼 관계당국은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환율 금리 물가 등 거시경제 변수의 안정방안 외에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비효율적인 정부규제 철폐도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
실질적으로 투자여력이 있는 대기업에 정부규제가 집중된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같은 사정은 지난해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투자지출보다 평균 21억3천만원이 많았던데 비해, 중소기업들의 영업이익은 투자액에도 훨씬 못미쳐 평균 6억원 정도를 증자 또는 차입했다는 한은 조사결과가 뒷받침해준다.
그렇다면 정부당국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도 대주주 의결권 제한이나 출자총액 제한 등과 같은 핵심적인 규제철폐를 촉구한 최근의 전경련 건의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