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장관 간담회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당장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는 쪽으로 일단 결론을 냈다. 주가 폭락과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미국의 금융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한국에 미칠 파급효과는 '경기회복 속도에 일정부분 영향을 주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부가 미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 이처럼 낙관론을 펴는 근거는 간단하다. 국내 경제가 올들어 꾸준한 내수소비 증가로 안정적 성장을 해온데다 수출과 투자도 살아나는 분위기여서 나름의 자생력을 갖췄다는 것. 그러나 한편에서는 정부가 당장 비상대책을 내놓을 경우 오히려 시장의 불안심리만 부추길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세제 금융 분야에서 직접적인 지원방안을 내놓기보다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안심하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주안점을 뒀다는 평가다. ◆ 국내 경제에 대한 낙관 박병원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경제장관 간담회가 끝난 뒤 "미국 증시 폭락사태는 회계 부정에 따른 신뢰상실 탓으로 실물경기는 여전히 회복과정에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8월 중순이면 고비를 넘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도 당초 예상대로 올해 성장률이 무난히 6%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 활용할 수 있는 정책대응 수단들을 언제라도 내놓기 위해 정기적으로 분야별 점검회의를 갖기로 했다. ◆ 위기시 동원 가능한 정책대응 수단 정부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실물 쪽으로 번질 경우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수출이 다시 위축되면 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결국 소비와 투자 생산 모두 침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위기시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으로 수출기업에 대한 세제 및 금융지원을 꼽고 있다. 수출기업들에 대해 수출보험 한도를 늘리고 환변동 보험의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 등을 검토중이다. 재정 집행을 앞당겨 내수경기를 부추기거나 금리를 더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공적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여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한 재정집행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부문별 대책 마련에 주력 정부는 단기 대응책뿐만 아니라 각 부문별로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을 내주말까지 마련키로 했다. 특히 환율 급락 등으로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 수출 관련 중소기업들이 외부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데 주력키로 했다.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급변동에 대해서도 필요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증시 수요기반을 늘리기 위해 장기증권저축을 확대하거나 연기금의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도 강구키로 했다.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부동산으로 몰릴 경우에는 투기지역 조사 등의 미시적인 대책도 내놓을 방침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