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로 상품권구입 반대" .. 백화점 '빅4' 긴급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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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업계는 종이상품권을 개인신용카드로도 살 수 있게 하려는 정부 방침을 강력히 거부키로 했다.
그 대신 PP카드(공중전화카드처럼 생긴 상품권)에 대해서도 개인신용카드 결제를 금지키로 결의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 "빅4"백화점의 상품권 담당 임원들은 24일 긴급회동을 갖고 이같이 합의한 뒤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에 결의내용을 전달했다.
정부가 지난주 종이상품권도 PP카드처럼 개인신용카드로 살 수 있도록 여신금융업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히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절충안을 내놓은 셈이다.
백화점업계는 종이상품권의 개인신용카드 구매를 허용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매출이 늘겠지만 사채시장에서 "깡"(할인)이 성행하고 상품권 이미지가 나빠져 중장기적으로 손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신용카드 구매를 허용하고 있는 PP카드를 희생함으로써 주력제품인 종이상품권의 개인신용카드 결제 방침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한국백화점협회 고인식 전무는 "종이상품권의 개인카드 결제가 허용되면 새로운 업태가 생겨날 정도로 '상품권 깡'이 만연할 것"이라며 "이웃 일본에서도 개인카드 결제를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PP카드 상품권은 지난 94년 선보인 이래 법인카드와 개인카드 결제를 허용해 신용불량자들이 사채업자와 짜고 "깡"을 통해 급전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PP카드 1백만원어치를 신용카드로 산 뒤 80만원의 현금을 받고 사채업자에게 넘기면 사채업자는 이 상품권을 90만원에 판매해 수입을 올리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백화점들은 PP카드가 '상품권 깡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이를 묵인,비난을 받아왔다.
PP카드 상품권을 개인신용카드로는 구매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백화점업계의 결의에 대해 재정경제부 담당자는 "건의내용을 참조하겠지만 모든 상품권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올 상반기 빅3 백화점의 상품권 매출은 1조4천2백84억원이며 이중 PP카드가 3천9백47억원으로 27.6%를 차지했다.
또 올해 백화점업계의 상품권 판매액은 4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