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예측 기계가 당신을 찍어낸다 ..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모든 형사사건의 피고인은 유죄가 확정되기 이전에는 "무죄추정"을 받는다.
현대 형사사법의 이 대원칙은 가까운 미래에 폐기될지도 모른다.
범죄를 사전에 알아내 범인을 미리 잡는 첨단기술이 도입될 경우다.
이때 범죄를 실행하지 않은 "미래의 범인"이 "유죄추정"을 받는 것이다.
"인권의 시침(時針)"은 까마득한 과거로 되돌아간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첨단기술의 인권말살 현장을 통해 과학기술을 맹신하는 인류에게 준엄한 경고장을 보낸다.
SF작가 필립 K딕의 단편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미래 과학에 대한 실감나는 묘사,활기찬 액션,탄탄한 나래이션이 돋보인다.
헐리우드 최강의 흥행파워를 자랑하는 배우 톰 크루즈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나 시너지효과를 한껏 발휘했다.
2054년 워싱턴DC에는 살인사건이 거의 없다.
6년전 최첨단기기 프리크라임시스템을 도입한 개가다.
이 시스템은 범죄가 일어날 장소와 시간,범인까지 예측해 화면으로 보여준다.
특수경찰 팀장 존 앤더튼(톰 크루즈)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범행을 사전에 저지한다.
그러나 어느날 프리크라임시스템이 앤더튼을 살인범으로 지목한다.
앤더튼은 충격에 빠져 도망자로 전락한다.
그의 미래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인가.
앤더튼은 과학기술에 대한 인간의 모순된 태도를 보여준다.
첨단기술의 무조건적인 신봉자였던 그는 자신이 프리크라임시스템의 희생자가 된 후에야 과학의 작은 오류가 인권을 짓밟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도망자가 되기 전 이 시스템의 오류가능성을 감사하는 연방정부의 대니 워트워(콜린 파렐)와 사사건건 충돌했다.
국가권력과 인권간의 마찰에서 그는 언제나 국가권력편에 섰다.
앤더튼에 잡힌 "미래의 살인범"들은 시험관속에 수감된다.
실행되지 않는 범죄로 유죄추정을 넘어 확정판결을 받는 셈이다.
결국 프리크라임시스템은 범죄를 크게 줄였지만 인권의 사각지대를 그만큼 확장시켰다.
정보와 기술이 절대적 권위를 갖는 사회에서는 인권이 이처럼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
소위 "빅브러더"의 감시와 통제 때문이다.
극중 도망자 앤더튼의 소재는 당국에 금새 포착된다.
각 기관의 출입문과 지하철의 개찰구 등지에 설치된 홍채인식기의 그물망에 걸린 까닭이다.
결국 그는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자기 눈알을 도려내고 다른 사람의 것을 이식한다.
미래사회에선 개인이 자유를 확보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큰 희생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한다.
메시지들은 고도문명의 명암을 통해 표현된다.
개인로케트를 부착한채 벌이는 추격전,건물외벽을 도로로 활용한 자기부상시스템 도로,그 수직의 길로 떨어지는 자동차사이로 탈출하는 앤더튼의 액션은 박진감있게 그려졌다.
카메라는 또 빌딩과 거리 곳곳에 널린 쓰레기와 넘쳐나는 극빈자 등도 외면하지 않는다.
톰 크루즈는 특수경찰 팀장으로서의 자신감과 박력,도망자로서의 절망감을 뚜렷하게 대비시켰다.
스필버그 감독은 심오한 주제를 역동적인 화면으로 포장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반복과 재확인"의 스필버그식 결말은 거슬린다.
"아이즈와이드셧" "A.I"등에서처럼 이 작품에서도 불필요한 장면들이 삽입돼 끝날 듯 하다가 다음 장면으로 여러차례 넘어간다.
26일 개봉.
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