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上.下院 고강도 기업개혁 법안 마련] 의회 '신뢰 회복'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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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와 행정부가 무너지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초강수를 선택했다.
상하 양원은 24일 기업회계부정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별도로 추진해온 기업개혁법안중 강도가 높은 부분 위주로 단일안 마련에 합의, 회계부정사건에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여야 정치권의 발빠른 합의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기선을 뺏기지 않겠다는 속셈도 깔려 있지만 이날 추락하는 증시를 멈추게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행정부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미첼 대니얼스 백악관 예산실장은 이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요동치는 증시가 경제에 부담을 줄 경우 추가 경기부양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증시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방침을 과시했다.
법무부도 아델피아 커뮤니케이션의 존 리거스 창립자 가족을 사기혐의로 긴급 체포,회계부정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폴 오닐 재무장관도 중남미 3개국 방문계획을 연기, 경제현안에 전념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 기업개혁법안 주요 내용
하원이 지난 4월에 통과시킨 법안과 상원이 최근 통과시킨 폴 사르베인스 의원 법안중 강도가 센 부분을 조합, 단일안으로 마련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획기적인 법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골격은 크게 세가지로 돼 있다.
첫째 부정회계에 발을 담근 경영진에 대한 처벌강화다.
현재 부정회계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서는 통신 및 우편사기에 관한 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최고 형량은 5년이다.
상원과 부시 대통령은 이 형량을 최고 10년으로 늘리자고 제안했지만 20년을 주장한 하원안이 받아들여졌다.
게다가 신설된 증권사기범죄에 대해서는 25년형을 물릴 수 있도록 한발 더 나아갔다.
또 문서를 조작?파기할 경우 최고 20년 징역형을 받게 된다.
둘째 회계법인에 대한 감시 강화다.
아더 앤더슨이 엔론 사건에 연루됐듯이 회계법인이 기업의 부정회계를 방조 또는 동조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 감독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회계법인들의 자율규제에 맡겨 놓고 있지만 앞으론 독립적인 회계감독위원회가 외부 경찰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위원회는 회계준칙을 정하고 회계법인을 정기 검사하게 된다.
또 회계법인들이 회계감사를 한 기업에 경영자문까지 하는 것은 제한키로 했다.
셋째 경영진들의 책임 및 투자자 보호 강화다.
이를 위해 회계장부가 정확하다는 것을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인증토록 하고 허위로 드러났을 경우 10~20년형을 물리기로 했다.
기업부정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을 위해 연방정부가 투자자배상계정을 신설토록 했다.
이 계정을 통해 부정회계 기업인의 벌금 급여 등을 사기당한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 재계의 반응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1백50대 기업의 CEO들로 구성된 재계원탁회의(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존 딜런 의장(인터내셔널 페이퍼 회장)은 "범죄 기업인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것은 실질적인 개혁을 위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최대 경제단체인 미국 상공회의소는 투자자들의 소송증가를 가장 우려했다.
상하 합의안은 사기당한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효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상공회의소는 이로인해 증권사기 소송이 한결 쉬워질 것이라며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공화당의 필 그램 상원의원(텍사스주)도 재계의 우려에 동조하고 있다.
그램 의원은 "이 법안이 소규모 상장기업들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