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로와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간의 법정 분쟁이 진로측의 가처분 신청 취하로 일단락됐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진로의 채권을 상당 규모 보유하고 있는데다 이번 소 취하로 계속 사들일 수 있게 돼 향후 진로의 경영권 향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서울지방법원에 따르면 진로는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제기했던 '채권매수금지' 가처분 신청을 이날 전격 취하했다. 진로는 지난 3월 가처분 신청에서 "골드만삭스가 1997년 진로와 경영자문 계약을 맺으면서 미공개 회사 정보를 입수한 다음 이를 활용해 진로 계열사의 채권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며 "매집한 채권으로 경영권을 획득하려는 의도로 보여지니 이를 막아달라"고 요청했었다. 진로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24일 진로측이 요청을 해와 가처분 신청을 취하했다"며 "구체적인 이유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진로측이 가처분 신청을 취하함에 따라 골드만삭스가 진로의 향후 '진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화의 절차가 진행 중인 진로는 채권단과 맺은 채무상환 계획에 따라 내년 초부터 이자와 함께 막대한 규모의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진로가 1년에 1천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고는 있지만 빚이 1조8천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외자유치 없이는 채무상환 계획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 경우 골드만삭스는 다른 채권단과 협의해 화의 취소 등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의가 취소되면 진로는 파산 또는 법정관리 수순을 밟아야 하는데 어느 경우든 진로 채권을 상당 규모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골드만삭스가 사태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채권을 다량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진로가 판산할 경우에도 나름대로 이권을 챙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진로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와의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골드만삭스측이 진로에 화의 취소, 파산 신청 등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