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LG카드가 발표한 상반기 실적에는 언론과 주식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LG카드는 시가총액 11위의 대형 상장기업인데다 국내 최대의 카드사라는 점에서 업계 현황을 대표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이었다.


카드사의 실적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 중에도 언론이나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카드 이용액(취급액)이다.


취급액은 신용카드사의 외형과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 들어 신용카드 이용액이 급팽창하는데 대한 정부의 견제가 부쩍 심해졌기에 LG카드의 상반기 중 취급액 실적은 상당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날 LG카드의 실적발표에서는 카드이용액에 대한 정보가 빠져 있었다.


이에 대해 LG카드측은 "기업의 외형보다 내실로 평가받겠다는 뜻에서 취급액 실적은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일견 수긍이 가는 설명이다.


특히 그동안 LG카드와 삼성카드간의 치열한 외형경쟁을 지켜봐 온 기자로서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두 회사는 지난 수년간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숨막히는 경쟁을 벌여왔고 그 주요 판정(?) 기준은 취급액 실적이었다.


때로는 두 업체가 서로 상대회사가 발표한 취급액 실적이 부풀려졌다며 신경전을 벌이는 광경도 벌어지곤 했다.


LG카드가 이런 구태를 벗어나 앞으로는 내실로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높이 평가해줄 만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취급액을 아예 공개하지 않는 것은 '상장기업'의 정도에서 벗어난 행위라는 게 증시 안팎의 지적이다.


외형으로 평가하느냐 내실로 평가하느냐의 판단은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또 내실로 평가한다는 게 '외형은 소홀히 한다'는 뜻이 아님은 물론이다.


평가받는 기업의 입장에선 외형에 관한 자료건 내실에 관한 자료건 모두 공개하고 판단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에게 맡겨두는 게 정도일 것이다.


다음번 실적발표 때에는 LG카드가 투자자들에게 '온전한' 정보를 제공해주길 기대한다.


최철규 경제부 금융팀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