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래시 미국 상무부 차관보가 지난 4월초 약가정책과 관련, 이경호(李京浩) 당시 복지부차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외교관례상 있을 수 없는 결례를 저질렀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복지부 김강립 보험급여과장이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한 진술 등을 종합해보면 래시 차관보는 당시 한미 정부간 합의를 거론하며 고함을 지르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보였다는 것. 당시 래시 차관보와 이 차관의 면담은 30분가량 이뤄졌고 처음에는 차를 마시며의례적인 인사를 나누는 등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래시 차관보는 그러나 실무그룹의 조속한 구성을 요구하며 "왜 (복지부가) 99년의 합의내용을 지키지 않느냐"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직설적인 표현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는 또 "정부대 정부의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느냐"고 밖에서도 들릴 정도의 고함을 치는 등 외교관례상 수용하기 힘든 자세를 보였다는 것. 이에 대해 복지부 직원들은 "해도 너무한다"고 반발했고 이후 외교통상부와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미국측에 구두로 항의했다고 김 과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측은 "알았다. 그러나 약가는 미국측과 협의해달라"는 답변만 보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측은 이와함께 래시 차관보가 주장한 '99년 합의'에 대해 "그런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래시 차관보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의원은 "복지부가오죽했으면 미국측에 항의했겠느냐"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존심이 상해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여준(尹汝雋) 의원도 "미국 관리중에는 대국주의에 빠져 한국이라는나라를 깔보는 사람이 몇 있다"면서 "그러나 방자하게 한 국가의 차관을 아랫사람꾸짖듯이 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또 "이같은 행태에 대해서는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항의했어야 한다"고 질책했고 김성호(金成豪) 복지장관은 "사실확인이 되면 공식절차를 밟아 (미국측의) 시정을 요구할 용의도 있다"고 답했다. (서울=연합뉴스) 민영규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