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엔 증언의 중요성을 강조한 법정드라마가 많다. 어린 딸을 성폭행한 백인청년을 죽인 흑인 아버지에 대한 재판을 다룬 '타임 투 킬'이나 예맨의 반미 폭동 당시 시민에게 발포한 죄로 기소된 해병대 대령의 유죄 여부를 묻는 '교전수칙(Rules of Engagement)'도 그같은 범주에 속한다. 두 영화에서 검찰측 증인은 사실과 양심에 의거,증언함으로써 피고의 무죄판결을 이끌어낸다. 그런가 하면 '의뢰인'에선 한 소년이 마피아의 범죄현장을 알게 되지만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입을 다물었다가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보장받고서야 얘기한다. 이런 예가 아니더라도 증언은 재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법정에 선 모든 증인이 '양심에 따라 진실만을 말하고…'라고 선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내법엔 '증인이 허위진술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해 피고인ㆍ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허위진술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형법 152조)고 돼 있다. 그런데도 무슨 일인지 갈수록 법정 거짓말이 늘어난다는 발표다.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은 물론 위증혐의로 고소ㆍ고발되는 건수도 급증한다는 것이다. "뇌물 준 일 없다" "맞은 게 아니라 그냥 다친 것이다"등 유형도 갖가지라고 한다. 결국 서울지검이 '위증사범 적발카드제'를 도입, 수사?재판과정에서 위증이 의심되면 즉각 내사하고 위증을 유도한 의심이 드는 변호사 등에 대해 상시감시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위증(僞證)이 증가하는 건 누가 거짓말을 더 잘하느냐에 따라 재판의 승패가 좌우되는 수가 많은데다 위증죄 기소율이 20% 정도고, 민사소송의 경우 실형이 아닌 벌금으로 처리되는 탓이라고 한다. 그러나 위증은 상대방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기는 건 물론 사법당국의 진실 규명을 막는 끔찍한 범죄다. 십계명은 '네 이웃에 대해 거짓 증거하지 말지니라'고 명시하고 있거니와 위증에 관해선 민ㆍ형사 구분없이 무거운 실형을 선고하는 나라가 많다는 사실에도 좀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