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증시의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700선이 깨졌다. 전날 미국증시가 약세를 보인 영향도 있지만 예상밖의 외국인 매도공세에 휘둘리며 종가 기준으로 올들어 처음으로 종합주가지수는 600대로 미끄러졌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추락의 끝이 어디인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약세장의 근본 원인이 미국 시장 불안과 외국인 매도공세에 있는 만큼 하락장의 바닥에 대해 섣불리 예단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로 볼 때 700선 이하의 주가는 매력적인 수준으로 보유주식의 무분별한 투매를 자제하고 외국인 매도세의 진정 기미를 봐가며 우량주의 저가매수 기회를 포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하락의 골은 어디까지=전문가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이 잇따라 발표되는 국내 증시의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최근 상황은 펀더멘털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미국 경제 불안,외국인 매도 등 외생변수가 최근 국내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흐름을 점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박스권 장세의 상단부인 630∼650선까지 밀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26일 외국인의 매도규모는 심상치 않은 수준"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는 일단 방향이 잡히면 무서운 속도를 내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증권 신성호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매도세가 투자 심리를 급랭시키는 효과를 볼 때 최악의 경우 630선까지 밀릴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등시점은 언제인가=시장의 또다른 관심은 언제쯤 어느 정도의 반등이 일어날 수 있겠느냐는 것. 이 역시 미국 증시의 향방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메리츠증권 윤두영 리서치센터장은 "700이하는 과매도 국면으로 700 아래에 머무는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시장의 낙폭도 상당한 수준에 달해 8월 중순 종합주가지수가 780∼790까지 반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투신운용 이기웅 본부장은 "현재 악화된 수급구조가 개선될 때까지 반등이 있다 하더라도 기술적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3분기 이후에는 가시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투매는 자제해야=전문가들은 700 이하는 싼 가격대인 만큼 현 수준에서는 투매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매수 시점을 포착하는 데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KTB 장 사장은 "미국 시장과 외국인 매도세의 추이를 봐가며 사되 업종대표주 등 블루칩을 분할 매수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한투신 이 본부장은 "앞으로 장세 대응은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3분기 이후를 생각하면 700선 아래에서는 과감한 매수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