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當)4락(落)'(세시간 자면 붙고 네시간 자면 떨어진다) '정치1번지' 서울 종로 재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피말리는 강행군을 대변하는 말이다. 유력주자인 한나라당 박진 후보와 민주당 유인태 후보는 깨어있는 21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얼굴 알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말인 27일 박 후보의 유세일정을 보자. 동망산공원 아침운동 인사(아침 6시)-산악회 하계수련대회 출발인사(7시)-창신역 출근길 인사(7시50분)-구민생활체육관 인사(10시30분)-계동초등교 일대,평창동 거리유세(11시~오후7시)-동대문역주변 거리유세(오후8시10분). 유 후보의 일정도 장소만 다를 뿐 엇비슷하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숭인동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세형씨(51)는 "경제가 이 지경인데 무슨 흥이 나서 투표하겠느냐"고 푸념했다. 무학동의 추어탕집 주인 김순자씨(46)는 "선거 얘기 하는 손님은 한 분도 못봤다"고 전했다. 이들 후보진영도 투표율이 30%를 겨우 넘길 것으로 보고 지지층 표 단속에 주력하고있다. 박 후보측은 평창 사직동 등 서부 중부지역을,유 후보측은 창신 숭인동 등 동부지역을 각각 우세지역으로 분류해 집중 공략하고 있다. 박 후보는 부친(명륜동에서 내과의원 운영)때부터 터잡은 토박이임을 강조한다. 그는 "거물이 아니더라도 스쳐가는 철새 정치인은 안왔으면 하는게 지역유권자들의 최고 바람"이라며 "종로를 금융의 세계적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 후보는 김영삼 김대중 후보단일화 촉구(87년),3당합당 반대(90년) 등 노무현 후보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그는 "특권층이냐 서민대표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박 후보와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역공약도 박 후보와 달리 "종로를 '세계적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가꿔야 한다" 이다. 부인들의 내조경쟁도 치열하다. 박 후보 부인인 조윤희씨는 박 후보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양로원 등 서민·소외계층을 주로 찾아다니고 있으며,불교신자인 유 후보 부인 이혜경씨는 불교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무소속으로 출마한 정흥진 후보는 1,2기 민선 구청장을 지내면서 가꿔온 인맥에,빈민운동가 출신인 민주노동당의 양연수 후보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당 지지율에 각각 기대를 걸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