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한국이 외환위기를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극복한 이후 다시 나태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시장경제와 국제기준(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경제정책을 운용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 힘써야 합니다." 김용덕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제2차관보)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미국 유럽 등지의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원칙을 더욱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의 구조적 문제점을 이제는 완전히 벗어났다고 봅니까. "외환위기 이전까지 한국은 경제성장률과 물가 실업률과 같은 국내 문제에만 몰두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한국의 해외신인도가 높았기 때문에 부족한 자본을 해외에서 조달할 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계점을 벗어났습니다. 당시의 충격을 교훈 삼아 공공 기업 금융 부문 등에서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해 체질 개선을 어느 정도 이뤄냈고, 그 성과를 세계 유수의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고 봅니다." -당시 정부가 대외부문 균형에 소홀했던 이유가 있었을 텐데요. "무역적자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환율을 올려야 했는데 그러면 수입물가가 오르고 결과적으로 물가가 불안해집니다. 달러로 환산한 돈 가치도 떨어져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가 무너집니다. 국내경제 문제만 따지면 대외부문은 소홀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체질 개선을 했다고 봅니까.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늘렸고 과감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만성적인 적자체질의 한계 기업과 금융회사들을 거의 대부분 정리했습니다. 차입금에 의존해 방만하게 경영하는 관행이 사라지면서 기업의 수익성도 많이 개선됐습니다." -A등급을 회복한 이후의 과제는 무엇입니까. "시장의 신뢰를 계속 높여가야 합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위기 극복 이후 우리가 나태해질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이후 시장원칙이 훼손되거나 정부정책이 뒤바뀌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정부나 금융, 기업으로 되돌아가서는 안됩니다." -환율의 급변동이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는 염려가 많습니다. "환율은 시장수급에 맡겨야 합니다. 자율변동제를 잘 정착시키는게 정부의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외국의 신용평가회사들도 유연해진 외환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급등락은 많은 경제주체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정부는 환율하락의 속도와 수준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환율 수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요. "최근의 환율변화가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노력들을 계속할 것입니다." -향후 전망은 어떻습니까. "최근에 나타난 달러약세 현상은 미국시장에 대한 신뢰위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단기간 내에 달러 가치가 주요 통화에 비해 13∼14% 떨어졌습니다. 미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시장안정 조치를 취하고 신뢰를 회복한다면 달러 약세가 더 이상 급격히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