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국내 준중형차 시장에 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배기량 1천5백cc급 SM3를 전격 공개하면서 9월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하자 현대 기아 GM-대우 등도 하반기에 대거 신모델을 투입키로 하는 등 전면전에 나서고 있다. 준중형 시장은 레저용차(RV)와 중대형 승용차의 인기몰이 및 젊은 층과 가정 주부들의 경차 선호라는 양극화 현상으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해 왔던게 사실. 하지만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되고 1가구 2차량 세대가 늘어나면서 과거 '현대 엘란트라-기아 세피아-대우 르망'이 연출했던 준중형 전성시대가 다시 한번 도래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시장규모는 월 1만3천대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2만대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극제는 역시 르노삼성의 SM3. SM5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브랜드 가치를 확보한 르노삼성이 예정보다 이 차의 출시를 6개월이나 앞당겼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이 대응을 서두를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준중형차 시장의 강자는 현대의 아반떼XD. 지난 2000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19만6백13대(국내 기준)가 팔렸다. 이 차는 출시 당시 동급 최대출력과 고급형 사양을 대거 채택해 관심을 모았다. 지금도 출력 토크 속도 등에서 정상급 성능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는 하지만 SM3를 견제하기 위해 오는 9월에 맞춰 부분변경 모델을 새로 내놓을 예정이다. SM3가 자랑하는 고급 취향의 디자인과 사양을 능가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법정관리 중에 누비라II를 앞세워 어렵게 시장을 지켜온 대우자동차는 9월중 GM-대우 신설법인 출범 직후 나올 후속모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J-200'라는 이름으로 개발중인 이 차는 깨끗하고 간결한 이미지와 다이내믹한 느낌을 동시에 살렸으며 고급스러운 실내와 다양한 수납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또 충돌에너지 분산형 차체구조와 급발진 방지시스템으로 상당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으며 연비도 동급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는게 대우측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GM-대우 신설법인 출범에 맞춰 3백명의 영업사원을 보강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어서 월 5천대 판매는 무난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지난 2000년 5월 스펙트라를 선보였던 기아자동차는 지금까지 뉴스펙트라(2001년 9월) 스펙트라윙(2002년 5월) 등의 보조 모델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기아차는 이 과정에서 스펙트라 시리즈의 보증 수리기간을 일반부품은 3년 6만km로,구동계 부품은 5년 10만km로 각각 연장하는 판촉전을 폈다. 기아차는 SM3에 대응하기 위해 9월중 2003년형 스펙트라를 내놓을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준중형 시장의 전쟁을 감상하는 법은 업계 선두인 현대를 새로운 병기로 무장한 GM-대우와 르노삼성이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느냐로 요약할 수 있다. 브랜드 파워에서는 여전히 현대가 앞서지만 다국적 기업들이 '첫 작품'에 쏟아부을 '화력'도 만만찮아 좋은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