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와 이를 구입하는 컬렉터,그리고 미술품을 중개하는 화랑에 의해 움직인다. 그 중에 컬렉터는 세상에 드러나길 꺼리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화랑이 주도하 고 있다. 그 "보이지 않는 손"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컬렉터 단체가 국내 처음으로 생겨날 전망이다. 단체 결성을 주도하는 사람은 서울 강남 역삼동 스타타워 뒷편에 있는 박내과의원의 박호길원장(62).박 원장은 박내과 건물 7층에 미술전문 컬렉션인 "Dr.Park 컬렉션"을 2000년 말에 열었다. 이 미술사랑방에 컬렉터들이 한 두명씩 모여들기 시작해 지금은 50여명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다. 압구정동 신사동은 물론 멀리 연희동과 성북동 평창동에서 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들의 소장 미술품은 적게는 2백∼3백점에서 많은 경우는 2천점에 달한다. 박 원장은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빠른 시일내에 컬렉터단체를 만들어 미술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우선적으로 펴나가겠다"고 말한다. 그는 1978년부터 미술품을 수집해 현재 소장품이 6백여점에 달하는 미술애호가다. 국내 원로 중견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작가 지원 차원에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한다. 박 원장은 지금까지 소장품을 단 한점도 판 적이 없다고 한다. "젊고 유망한 작가들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구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개별적으로 하기보다는 함께 힘을 모아 실천해 나가면 미술발전에 훨씬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컬렉터들이 선진국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야 국내 미술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컬렉터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미술품 수집을 탈세나 투자 목적으로 한 이들도 있겠지만 미술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미술품을 수집한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모임에 나오는 어떤 컬렉터는 아파트를 35채 갖고 있었는데 아파트를 한 두채씩 팔아 미술품을 모으다가 결국에는 아파트 35채를 몽땅 미술품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박 원장은 "좋은 작품은 대부분 '음지'에 있다"며 "많은 이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양성화시켜야 미술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선 컬렉터들이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정보를 서로 나누고 적극적으로 함께 활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오르세미술관'건립을 꿈꾸는 그는 경기도 양평에 사립미술관인 '호운아트센터'를 2004년께 완공할 예정이다. 컬렉터단체가 공식적으로 활동에 나서게 되면 컬렉터와 화랑간의 관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