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부금 주총승인' 재계 입장 ] 최근 정치권력 주변의 비리로 대통령의 두 아들마저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구속된 대통령의 두 아들은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정치자금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넓게는 우리나라 정치자금제도의 후진성, 비현실성, 비투명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 각계에서 우리나라 정치자금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비록 입법 당사자이면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정치인과 정당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선진국 진입을 위해 정치자금 제도의 선진화는 필수 불가결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정치자금 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근본적으로 현행의 고비용 선거구조를 저비용 선거구조로 개선하고, 고비용 정당구조를 저비용 정당구조로 바꾸며, 정치기부 문화를 선진화해야 한다. 아울러 국고보조금 제도를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과 더불어 투명성을 위해 정치자금의 수입 지출에 대한 단일 계좌화, 기업의 정치자금에 대한 주총승인제,후원회제도의 개선 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업이 정치자금을 기부할 때 주주총회에서 사전 승인받도록 하는 제도는 정경유착과 관련한 기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정치자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기업도 당당하게 정치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정치자금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비판받을 소지를 줄일 수 있다. 또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동의를 받아 정치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기업이 관련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할 수밖에 없어 정치자금의 투명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아울러 주총에서 승인된 범위 내에서만 지원이 가능하므로 정치권으로부터 부당한 고액의 정치자금 요구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렇듯 긍정적인 면이 많은 제도로 보이나 현행 정치사회 현실을 고려하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라는 의문도 생긴다. 기업의 정치자금 지원을 부정한 시각으로 보는 우리 정서상 주총에서 정치자금을 승인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정치현실을 고려해 많은 액수의 정치자금 지원액을 주총에 제시할 경우 해당기업의 정치자금 지원액 과다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이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를 회피하기 위해 실제보다 훨씬 적은 액수의 정치자금을 주총에 제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럴 경우 주총에서 승인된 정치자금은 기존의 음성적인 지원에 덤으로 지원하는 이중지원 구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치자금 주총승인제는 제도 자체로는 장점이 많지만 선거제도, 정당제도, 정치문화, 그리고 관행 등이 동시에 개선되지 않은 채 시행될 경우 본래의 취지를 달성치 못한 채 또 다른 문제만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김석중 < 전경련 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