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 .. 高有煥 <동국대 북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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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에 대해 북한 '변화론'과 '불변론'이 공존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을 모델로 개혁·개방한다는 분석도 있고,외부 지원만 얻기 위한 전술이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남쪽의 일관된 햇볕정책에도 불구,북한에 아무 변화가 없다는 불만이 높아 갔다.
그런 북한이 드디어 의미있는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온갖 어려움에도 '자력갱생 원칙에 입각한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노선에 따라 중앙집권식 명령형 '계획경제'를 고수해왔던 북한이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계획경제의 개선'에 나선 것이다.
북한은 2001년 초부터 '신사고'를 강조하면서 '점진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하려 했다.
2001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20세기를 김일성세기로,21세기를 김정일세기'로 규정하고,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계획경제의 '개선'과 인민경제의 기술적 '개건(改建)'을 강조했다.
당시 북한은 세기전환을 정책변화의 계기로 삼고 정책전환을 위한 사전 조치로 '새로운 사고방식'과 '새로운 관점'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 등으로 북한당국은 '신사고'에 의한 새로운 경제발전전략을 본격화하지 못하다 최근 다시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경제부흥전략'을 본격화하는 것은 기존의 계획경제로는 식량난 등 만성적인 경제난을 벗어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관계 경색,북·일관계 교착,남북관계 정체 등으로 북한의 체제위기는 더욱 심화돼 갔다.
1990년대 전 인구의 10% 정도가 굶어죽는 '엄혹한 시련의 연대'를 보낸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근근이 버텨내기(muddling through)'를 지속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자구노력의 하나로 경제개혁 조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해교전을 계기로 북한의 '불량국가' 이미지가 더욱 굳어지고,남한과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조건 속에서 대외관계 개선·확장과 경제개혁 조치를 국가발전전략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리 보장의 원칙'에서 추진 중인 북한의 경제관리개선 조치의 핵심은 첫째 모든 생산물을 '제 가치대로 계산'해야 실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노임(임금) 및 전반 가격의 인상 추진, 둘째 공장·기업소들이 '번 수입에 의한 평가'를 받는 독립채산제 실시, 셋째 '많은 일을 하고 많이 번 사람에게는 많이 분배하고 적게 일하고 적게 번 사람에게는 적게 분배한다'는 사회주의분배원칙을 실시하는 것 등이다.
북한당국은 이러한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사회주의 원칙에 기초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장경제도입의 징조'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추진하는 계획경제의 개선 조치는 사회주의 체제개혁의 초기단계로,당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북한경제의 화폐화에 따른 시장경제를 촉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의 경제정책 변화도 경제난으로 인한 농민 중심의 시장경제,지하경제가 몰고온 필연적 산물로 더 이상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를 압도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북한 지도부의 '사상 해방'이다.
북한당국은 계획경제에 시장의 원리를 과감히 도입하여 '사회주의 시장경제'로의 체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사회주의 시장이 붕괴된 이상 북한도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나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서방자본 유치와 자본주의체제인 남한과의 경협 등을 활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상이론적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북한의 경제관련 일꾼들도 법과 제도적 틀내에서 자율성을 갖고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서방자본도 안심하고 북한에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반세기 이상 지속해 온 '주체노선'을 수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안심하고 사상이론적 조정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남한과 국제사회가 마련해줘야 한다.
yhkoh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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