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지난 27일. 아시아나항공의 18개 국내선의 빈 좌석은 평균 20%를 넘었다. 28일(일요일)도 마찬가지. 서울∼제주 노선만 1백%에 가까운 탑승률을 기록했을 뿐이다. 나머지 노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좌석이 남아 돌았다. 휴가철이라 승객이 부쩍 늘어난 것이 이 정도다. 평상시 국내선 탑승률은 평균 70%선에도 못 미친다. 해마다 고속도로가 새로 뚫리고 승용차가 늘어나면서 국내선 항공 여객이 격감하고 있다. 구조적인 불황에 허덕이는 국내선과는 대조적으로 국제선은 좌석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호황이다. ◆ 국내선 뜰수록 적자, 국제선 대호황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영업 적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99년 4백억원에서 지난해에는 7백40억원을 넘어섰다. 아시아나는 "국내선 18개 가운데 서울∼부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라며 "국제선에서 번 돈을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국내선에서 1천4백20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서울∼양양 노선의 경우 영동고속도로가 확장되는 바람에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육상교통망이 늘어나면서 국내선 항공기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는 올 상반기 2백70억원, 대한항공은 1.4분기에 1백79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항공사 관계자는 "하반기에 항공기 운송 수요가 몰려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보다 더 많은 적자를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선은 티켓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정도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주 3회 운항하는 서울∼벤쿠버 노선은 다음달 20일까지 좌석이 동났다"며 "이 구간은 연중 평균 80%대의 탑승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의 서울∼괌 노선도 월드컵이 끝난 이후 줄곧 1백% 탑승률을 기록하는 등 국제선 영업은 기록적인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관광 관계자는 "동남아 미주 유럽 가릴 것 없이 월드컵기간 중 해외여행을 미뤘던 배낭여행족들이 몰리면서 다음달 5일까지 예약이 다찼다"고 전했다. ◆ 울며 겨자먹기식 국내선 운항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의 입김 때문에 마음대로 적자 노선을 포기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아시아나의 서울∼예천 노선이다. 아시아나는 지난 89년 11월부터 이 노선 운항을 시작했지만 올들어 좌석의 반 이상이 텅텅 비어 한 달에 2억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부터 노선 포기를 고려했지만 "예천은 꼭 거쳐야 한다"는 지역주민의 주장에 밀려 서울∼예천을 폐지하는 대신 예천∼제주 노선을 택해야 했다고 아시아나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천∼제주는 대구에서 흡수하지 못한 일부 신혼여행객만이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노선도 영업손실이 예상되지만 잠재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노선을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 건교부는 '항공사 탓'으로 돌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국내 노선은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수요 예측을 한 뒤 건교부에 신청을 하면 이를 검토해 허가를 내주는 것"이라며 "항공사가 적자에 시달리는 것은 항공사의 경영 잘못일 뿐"이라며 지역정서나 정치권 로비설, 건교부 종용설 등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이 신청한 예천∼제주 노선의 경우 예약률이 괜찮은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