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일자) 마늘대책 과연 옳은 방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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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위원회가 어제 장시간의 토론 끝에 농협이 제출했던 중국산 마늘 수입에 따른 피해조사 신청을 기각하기로 결정한 것은 여러가지 정황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생산 농민 입장에서는 불만스런 대목이 없지 않겠으나 정부가 이미 "중국과의 재협상이 어렵고,세이프가드 연장 역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무역위의 피해조사가 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점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역위원회의 어제 결정과는 별도로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마늘산업 종합대책'은 그 자체로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국산마늘의 경쟁력 제고를 취지로 내건 이번 '종합대책'은 영농기계화 등에 2천4백52억원을 투입하고 가격안정을 위해 1조2천5백25억원,농가경영 안정을 위해 3천억원을 장기저리 융자한다는 등으로 지난 2000년 마늘협상 이후 지금까지 마늘산업에 투입한 1천5백억원의 10배가 넘는 규모의 투자와 지원을 담고 있다.
그러나 대책의 어디를 보아도 마늘 생산량을 적정수준까지 감축하는 소위 구조조정 목표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여간 걱정스런 대목이 아니다.
경쟁력을 갖출 만한 실질적인 방안이 사실상 전무한 가운데 일시적으로 시장가격만 지지할 경우 대책 기간이 끝나는 오는 2007년 이후 마늘문제가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재연될 것을 예상키는 어렵지 않다.
생산농가의 전업 또는 전작을 지원하고 경작 포기에 대해서는 이에 걸맞은 보상책을 시행하는 등의 적극적인 구조조정 계획 없이 조단위의 자금을 퍼부어 시장가격만 방어하겠다는 것은 개방시대의 농정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결과를 넘쳐나는 '재고 쌀' 문제에서 이미 충분히 경험하고 있는 터다.
그런 상황에서 가격지지를 통해 경쟁력도 없는 증산을 조장하는 듯한 마늘 대책을 또다시 내놓는 것은 한마디로 무책임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또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43조원이나 투입하고도 조금도 농업 상황을 개선시키지 못한 철학 부재의 농정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지탄받아 마땅하다.
특정 작목이 문제될 때마다 생산량의 몇배에 해당하는 자금을 쏟아붓기로 한다면 앞으로 과연 어떤 작목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할 과제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에서는 사과 포도 등이 문제라 하지만 도하개발 아젠다(DDA)협상이나 쌀 협상에서는 또 얼마를 투입할 것인가 말이다.
농림부의 현실감각이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