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베니스영화제에 출품하지 말자고 제작사에 얘기했습니다.떨어지면 기분 나쁘니까요.경쟁부문에 진출하게 돼 다행입니다." 이창동 감독은 자신의 신작 '오아시스'가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8월28일∼9월7일) 경쟁부문에 진출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오아시스는 '초록물고기''박하사탕'에 이은 이 감독의 세번째 작품. 그는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는 사실보다 국내 팬들의 반응(8월15일 개봉)에 더 관심을 뒀다. "제가 관심을 갖는 대상은 한국 관객입니다.한국관객들과 통한다면 외국관객에게도 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이 작품은 삶이 허용하는 팬터지로서의 사랑을 실현해가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오아시스'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회부적응자와 순수한 영혼의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멜로물. 주역 설경구와 문소리는 보기 드물게 생생한 연기를 펼쳤다. "주인공들을 뇌성마비자와 사회부적응자로 규정하고 싶지 않습니다.우리가 그들을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그들을 이해하는데 벽이 가로놓입니다.그리고 그와 자신이 다르다고 여길 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오아시스는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부각시킨다. 그는 "사랑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모든 사랑은 해피엔딩"이라고 말했다. 베니스영화제 측은 이 감독의 신작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며 공식 출품 마감(6월15일)을 한달 이상 연기시켜줬다. 지금까지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한국 영화는 이두용 감독의 '피막'(81년),임권택 감독 '씨받이'(87년·여우주연상 수상),장선우 감독 '거짓말'(99년),김기덕 감독 '섬'(2000년),송일곤 감독 '꽃섬',김기덕 감독 '수취인불명'(이상 2001년) 등 6편.이번에 '오아시스'가 초청을 받아 한국영화는 4년 연속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