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상가임대차 보호법의 적용범위를 놓고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모양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상가건물 임대차 실태'를 토대로 임대보증금 1억4천만원 이하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방침인데 반해, 시민단체들은 그렇게 하면 수도권 임차상인의 절반 이상이 보호대상에서 제외돼 입법취지가 크게 퇴색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또 정부에서 14%선으로 정하려는 임대료인상률 상한에 대해서도 너무 높다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같은 마찰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한 결과로서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우리는 영세상인 보호라는 당위성에는 동의하지만 일률적으로 법적용을 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이미 여러차례 지적한바 있다. 이름만 그럴 듯한 법안을 통과시켜 놓고 결과적으로 상가임대료가 폭등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다가 시행령 제정을 놓고 또한차례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은 딱한 일이다. 중기청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론이 나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충분한 준비도 없이 임대료 폭등에 놀라 법시행을 서두른데 근본 원인이 있지 않나 싶다. 당국은 우선 임대보증금 실상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마땅하다. 보증금이 1억4천만원 이하인 경우가 정부측 설명대로 수도권 임대상가의 80%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다. 수도권의 경우 월세를 합산해 환산한 점포 보증금 규모가 2억1천6백만원에 달한다는 게 여러 시민단체의 주장인 만큼 정밀한 실태조사를 다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점포보증금 2억1천6백만원이 보호대상인 영세상인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논란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 보증금 범위가 임대차 분쟁이 빈발하는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대로변 상가의 임차상인을 포괄한다면 영세상인 여부를 떠나 이들을 도외시한 입법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연간 임대료인상률 상한이나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보증금한도, 그리고 월세 전환시 적용금리 등도 좀더 생각해볼 점이 있다. 인상률 상한선을 시중금리와 연동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리고 지역별 또는 상권별로 보증금이나 임대료가 천차만별인 현실을 감안해야 하며,특히 개발예정지인 경우 현실적으로 개발이익 등을 반영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불가피하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들을 신속하게 사후처리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문제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