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사흘만에 하락했다. 오전중 냉온탕을 오가는 심한 변동성을 보이다 오후장에서 하락하며 장 막판까지 흘러내렸다. 미국 달러화의 강세로 달러/엔 환율이 120엔대로 진입하고 역외매수세가 등장, 장중 상승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업체 네고물량이 앞서 대거 출회된 탓에 포지션 부담이 가중돼 하락을 부추겼다. 달러/엔의 상승 탄력이 강하지 않음을 확인한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매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시장 유동성이 많지 않아 업체 실수위주로 거래됐고 급등락 가능성으로 거래는 활발하지 않았다. 달러/엔의 추가 상승이 없다면 월말을 맞아 1,190원을 테스트할 여지가 있다. 30일 달러/원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6.90원 내린 1,193.10원에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204.90원, 저점은 1,193.10원을 기록했다. 하루 환율변동폭은 11.80원으로 사흘내리 장중 이동거리가 10원 이상이었다. ◆ 1,190원 하향 여지 = 환율 급상승은 '이틀 천하'로 종지부를 찍었다. 수급상 공급우위가 반영됐으며 달러/엔의 추가 상승 여력도 힘에 부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변동성 확대의 가능성을 품은 채 1,190원 아래로 내려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장중 달러/엔의 상승으로 달러매수(롱)플레이가 연장됐으나 앞선 이틀간 네고물량이 많아 포지션 부담이 컸다"며 "장 막판 달러/엔이 120엔을 지지하지 못하고 무너질 것으로 예상해 일부에서는 달러매도초과(숏)상태로 넘긴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이 월말이고 업체도 일시적인 반등이라 생각하고 뒤로 물려놨던 물량을 다시 내놓을 수 있다"며 "일단 1,190원 하향 시도가 예상되나 시중 유동성이 크게 부족해 급락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국책은행 등에서 1,197원선에서부터 많이 팔았다"며 "저점에 대한 조정이 어느정도 이뤄진 것 같고 수급상 네고물량이 확실히 많다"고 전했다. 그는 또 "역외는 오전중 혼조세를 보이며 널뛰기를 조장했고 일부에서는 SK텔레콤 지분매각분이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달러/엔이 힘이 없어보여 내일은 1,188∼1,195원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 달러/엔 상승탄력 둔화 = 달러/엔 환율은 지난 8일이후 처음 장중 120엔대로 진입했으나 런던장으로 넘어가면서 반락세를 강화했다. 전날 뉴욕에서 증시 급등과 함께 상승세를 보이며 119.69엔을 기록한 달러/엔은 개장초 119.40엔대까지 반락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잇단 구두개입과 뉴욕 증시 재상승 기대감 등으로 달러/엔은 한때 120.29엔까지 반등했으며 이후 소폭 반락, 120엔을 놓고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뉴욕 증시에 대한 불확실성과 120엔대에서 일본수출업체의 매물에 다소 밀리는 형국으로 달러/엔은 오후 4시 58분 현재 119.69엔을 기록중이다. 엔/원 환율은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엇갈리면서 100엔당 1,000원을 하회, 같은 시각 996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323억원의 주식순매수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202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전체적으로 11일만에 매수우위로 돌아서 달러매수(롱)심리를 일단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낳았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3.00원 높은 1,203.00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내 하락 반전, 달러되팔기(롱스탑)가 진행되며 9시 48분경 이날 저점인 1,193.50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달러/엔의 120엔대 진입과 역외매수로 상승 반전한 환율은 10시 31분경 이날 고점인 1,204.90원까지 오른 뒤 월말 네고에 되밀렸다. 오전장 후반 재차 하락세로 방향을 바꾼 환율은 1,197.50원까지 내린 뒤 오전장을 마감했다. 오전 마감가보다 0.30원 높은 1,197.8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차츰 되밀려 1시 49분경 1,196.80원으로 내려섰으나 역외매수 재개로 56분경 1,198.80원까지 반등했다. 추가 상승이 제한된 환율은 2시 43분경 1,194.00원까지 반락한 뒤 달러/엔 상승으로 1,196원선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장 막판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을 덜어내면서 이날 저점인 1,193.10원까지 흘러내리며 마감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3억1,87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5,69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5,000만달러, 3억2,030만달러가 거래됐다. 31일 기준환율은 1,197.0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