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독일은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에 대한 회계감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대선후보의 선거비용 국고보조금에 대한 회계 감사를 정밀하게 하느라 4년이나 걸려 감사를 벌여 왔다. 지난 1991년과 1992년 미국은 회계감사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컴퓨터 실사 방식과 함께 감사 인원을 대폭 늘렸다. 그 결과 92년 대선 후보의 회계감사는 2년 후인 94년에 완료할 수 있었다. 미국 제도의 특징은 정부차원에서 회계교육을 실시한다는 점이다. 정당이나 후보가 회계 처리를 잘 하도록 회계 관련법이나 회계장부 기재방식, 회계보고 방식 등을 설명하는 비디오 테이프, 책자를 만들어 제공하고 주요 도시에서 회계 관련자 교육을 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국고보조금에 대한 회계감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6월 독일 고등행정법원은 하원이 기민당에 대해 2천1백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한 조치라고 판결했다. 독일은 의회에 각 정당의 회계보고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원은 회계보고를 토대로 2000년 2월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기민당에 벌금을 부과했고, 기민당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앞으로 최종심에서 벌금 부과 여부가 결정된다. 얼마 전 헬무트 콜 전 총리는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받은 정치자금의 2배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받았다. 국고보조금을 감시하는 기관인 독일 의회와 사법부가 불법 수입이나 사용을 얼마나 엄격하게 제재하는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의 경우 미국이나 독일과 달리 국고보조금에 대한 회계감사가 매우 느슨하다. 각 정당이 자체 감사와 함께 공인회계사나 감사법인의 감사보고서만을 첨부해 회계보고를 한 후 관보에 게재하고 5년간 열람하도록 하는 것이 전부다. 이들 나라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첫째, 선관위에 국고보조금 회계감사를 전담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부서를 두거나 별도의 감시기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회계 감사를 주먹구구식으로 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업의 회계감사도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 정당의 회계감사는 더욱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둘째, 선관위가 보조금의 위법사항 적발에만 노력할 것이 아니라 정당의 회계처리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각 정당에 제공하는 것이 보조금의 방만한 사용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교훈은 각 정당이 자체적으로 당내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하고, 자체 감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근 신설된 예산결산위원회 등의 활동을 강화하도록 입법화하는 것이다. 정당 내부에서 회계보고나 감사가 없는 경우 정당의 선관위 회계보고가 제대로 이뤄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당내의 정치자금 수급이 투명해져야 정당의 사당화(私黨化)를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