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동북아시아 새 경제질서..崔運烈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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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는 2주 간격으로 베이징과 도쿄를 다녀왔다.
베이징에서는 한·중 수교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고,도쿄에서는 세계 재무학회(PACAP/FMA)가 열렸다.
'지금까지의 경제대국'과 '미래의 경제대국'을 다녀온 셈이다.
서울은 베이징과 도쿄로부터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해 지정학적으로 매우 유리한 곳에 있음을 실감케 한다.
동북아지역은 21세기 세계경제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동북아지역 국가들은 이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민관이 협력해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 및 홍콩을 잇는 동부지역 개발에 이어 야심찬 서부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전문가들은 금융구조가 낙후돼 있고,재정적자가 심각해 머지않아 경제위기의 발생 가능성을 지적한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지속되고 있는 무역흑자와 풍부한 외환보유고 등을 들어 지나치리만치 자신감에 차있다.
일본은 지난 10년 간의 장기 불황에서 아직까지 탈피하지 못해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침체돼 있다.
지금까지 축적된 부를 소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지 모르나,과감한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본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개구리에 비교한 어느 외국인의 설명이 인상적이다.
끓는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뜨거워 견디지 못한 개구리가 뛰쳐나와 살 수 있으나,미지근한 물에 집어넣고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고통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간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가시적인 큰 위기를 맞지 않았기 때문에 과감하게 개혁을 하지 못하고 서서히 쇠퇴해간다는 취지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 상태인가.
끓는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은 것처럼,경제위기라는 뜨거운 맛을 보고 지난 4년 동안 고통스러운 개혁을 추진했다.
아직도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계속해야 하지만,세계는 우리의 지난 4년 동안의 개혁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외국의 유수한 신용평가회사들이 우리 국가 신용등급을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상향조정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월드컵 경기를 성공리에 마치고,우리 축구가 세계 4강 대열에 올라 국민들의 사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해 있다.
지역 간,계층 간 갈등도 마무리되는 듯했다.
월드컵이 끝난 지 한달이 지난 지금의 상황을 보면 다시금 정치권은 정쟁에 휩싸이고,노사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88 올림픽 개최 직후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력을 획기적으로 신장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5공 청문회가 개최되고,모든 국민들의 관심이 그 곳에 집중돼 있는 사이 우리의 잠재력은 서서히 약화되고 말았다.
과거의 잘못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그 심판은 법정에 맡기고,국민의 역량을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인 데로 결집할 수는 없을까.
모두가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노력함으로써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국민들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인해 잠재력이 사장되면 피해자는 결국 국민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주변국들은 이를 즐길 것이다.
한·중·일 3개국은 경제발전 단계가 다르고 각기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경우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성장할 수 있다.
중·일간의 껄끄러운 역사적 관계로 볼 때 우리나라가 조정 및 교량역할을 수행하는 적임자일 수 있다.
중국의 노동력과 거대한 내수시장에 기반을 둔 제조업,우리의 마케팅과 R&D 능력,그리고 일본의 풍부한 자금과 첨단기술에 기초한 디자인과 브랜드 능력을 잘 활용해 협업을 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며,새로운 비즈니스기회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확신한다.
동북아가,그 중에서도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 역할을 할 날을 기대해 본다.
wychoi@bok.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