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북한경제] (3.끝) '경제체제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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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체제, 어디로 가나.
북한 당국이 최근 실시한 경제개혁 조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의 오류를 인정하고 이를 시정하려는 시도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그 지향점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흐트러진 계획경제를 추슬러 체제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주장과 중국식 개혁과 개방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맞서고 있다.
◆ 중국식 개방.개혁으로 가나 =북한의 최근 경제정책은 중국의 초기 경제개혁 정책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를 근거로 북한이 결국 중국식 개방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점치는 견해가 있다.
중국은 지난 78년 경제발전과 현대화를 국가가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선언한 이후 84년까지 인민공사 해체, 기업이윤 유보제 도입, 경제특구 개설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북한 역시 합영법 제정, 기업실적제 인정, 나진.선봉 경제특구 설치 등 비슷한 정책을 펴고 있다.
또 북한이 이번에 도입한 '지배인 책임제'는 중국 개혁 초기단계의 '공장장 책임제'와 매우 유사하다.
북한이 농업 생산량을 증대시키기 위해 도입했던 협동농장 분조관리제는 중국의 농업생산청부제와 흡사하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개혁은 중국 초기의 사회주의 개혁과 닮았다"며 "대표적인 예로 10여명 단위의 작업반 활동을 가족 단위로 변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가족영농제를 본뜬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월 상하이의 첨단 정보기술단지를 비롯한 중국의 개혁.개방 현장을 직접 목격한 뒤 '천지개벽'으로 평가한 것도 북한이 나아갈 방향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 김정균 실장은 "북한은 중국보다 국토가 좁아 자본주의의 전파 속도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질 것을 염려해 중국보다 상당히 느리게 개방 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지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북한과 중국의 목표는 분명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지난 79년 기존의 노선을 완전히 부정하고 개혁.개방이라는 분명한 지향점을 내세우면서 신속하게 추진했다"면서 "북한은 파탄에 이른 경제를 방치할 땐 체제 자체가 위험해진다는 판단 아래 계획경제의 문제점만 보완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수석연구원은 또 "중국이 여러단계에 걸쳐 가격자유화를 실시한데 비해 북한은 가격현실화 조치만 취했을 뿐 국정가격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북한이 시장경제적인 요소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중국 방식을 답습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 예상되는 부작용 =식량 배급제 폐지,물가 및 봉급 현실화 등의 개혁조치는 상당한 후유증도 예상된다.
이같은 조치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물자 생산과 공급 능력이 확대돼야 하나 북한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여건을 감안하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 빈부 격차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승렬 통일연구원 경제협력실장은 "대폭적인 임금 인상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물가 인상조치로 인해 오히려 살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는 보고서에서 "식량배급제를 폐지함에 따라 북한 주민의 경제생활과 사고방식에 악영향을 미쳐 경제와 체제불안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물자의 절대적인 공급 부족으로 암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고 공장 기업소 등 국영부문의 생산품이 흘러나와 국영 유통망이 유명무실해질 경우 관리 경제체제가 급속히 붕괴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홍영식.권순철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