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달아오르고 있는 서울 강남권 집값의 이상과열 현상은 만성적인 수급불균형과 재건축 재료를 이용한 작전세력들의 거품조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건축아파트 입주민들의 이주 등으로 수요는 넘치는 데 반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가격이 들먹거릴 수 밖에 없고, 갈 곳 없는 여유자금이 환금성이 뛰어난 강남권 아파트 시장에 계속 머물면서 집값 거품을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분당 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 고교 입시제도가 올해초부터 평준화로 바뀌면서 강남권을 떠나 신도시로 향했던 학부모들이 되돌아 오는 이른바 '강남 유(U)턴 현상'까지 가세해 때아닌 집값 불안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만성적인 공급 부족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공급된 주택은 모두 8만9천2백1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백31.5%나 급증했다. 아파트만도 2만2천6백59가구로 43% 늘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전체 주택건설물량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40.9%에서 올해는 25.3%로 크게 떨어졌다. 특히 강남.서초.송파구에서 새로 공급된 아파트(조합원분 제외)는 올들어 6월말까지 1천3백64가구로 서울 전체의 20%에도 못미쳤다. 더욱이 지난 3년간의 일반분양분을 다 합쳐도 6천1백여가구에 그쳐 수요에 비해 만성적인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소형평형 의무비율 폐지로 지난 2∼3년간 수요가 급증하는 중소형 평형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데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대부분 지구단위계획에 묶여 사업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도 공급부족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 교육열도 가세 분당 일산 등 수도권 5개 신도시에 고교 평준화가 실시되면서 강남권 'U턴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교육 프리미엄'수요가 재건축 이주 등과 맞물려 수급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강남권 재건축 이주자들이 대부분 주변에 머무르려는 경향이 강한데 자녀교육 때문에 들어오려는 수요까지 겹치다 보니 만성적인 매물난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며 "강남권 수요자들중 절반 정도가 자녀교육 문제로 이사오려는 사람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 재건축 규제강화도 한몫 지구단위계획과 재건축용적률 및 안전진단 강화 등이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규모 택지가 전무한 상태에서 규제가 강화돼 더 이상 집 지을 곳이 없는 만큼 강남권의 기존 아파트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 있다는 지적이다. ◆ 전망과 대책은 강남 집값 상승을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구조적 장세'로 진단하는 전문가들은 수급불안 해소책과 교육프리미엄 분산책이 병행돼야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책임연구원은 '강남지역 주택시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주택공급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길은 수요를 분산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며 "강남권 등 도심 고소득층을 교외로 유인하기 위해 고급 주거여건을 갖춘 신도시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강남권에 한 번 발을 들여 놓으면 나가지 않으려는 것은 무엇보다 자녀교육에 대한 강한 집착 때문인 만큼 강남권의 교육프리미엄을 줄이거나 분산하는 방향으로 교육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상무는 "현재의 상승세가 반짝 장세로 끝날 가능성이 크지만 강남 선호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대체지역 개발없이는 집값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