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이 1일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낸 것은 기업경쟁력을 도외시한 주5일 근무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재계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재계의 행보를 보면 기업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얼마나 큰 지 쉽게 느낄 수 있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최근 최고경영자 하계세미나에서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행정편의적 발상'으로,주5일 근무제 강행을 '반칙'으로 꼬집었다. 재계는 부당거래조사설만 나와도 증시와 외국인투자자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을 뻔히 알면서도 밀어붙이는 것은 '경제보다는 기업 군기 잡기'에 비중을 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다 기업 회계기준을 손질하려는 움직임도 기업엔 부담이 되고 있다. 결합재무제표 등 미국에 비해 훨씬 강화된 회계 기준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급할 것이 없는데도 스톡옵션 회계처리 규정 등을 강화하려는 것은 일을 찾아서 만들어내는 관료주의적 속성이라는 지적이다. 재계의 이같은 불만은 기업들이 본연의 활동에 신경쓰기 힘든 최악의 경영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노사분규만 하더라도 올들어 지난달까지 2백30여건이 발생해 지난해 전체 분규 발생일수(2백34건)에 육박하고 있다. 박 회장이 이날 정부에 보낸 공개서한은 이런 재계의 위기감과 불만을 담은 결정판에 다름아니다. 박 회장은 우선 노사합의에 이르지 못한 주5일 근무제를 시간에 쫓긴 나머지 정부가 단독으로 입법하는 것 자체가 기업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휴가일수를 조정하지 않고 노는 제도만 국제기준으로 맞추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합리적인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불합리한 제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표적인 예로 선진국보다 많은 기존의 휴일수를 꼽았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월차휴가나 유급 생리휴가에다 경조사 휴가,하계 특별휴가 등 과도한 휴가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부담을 기업만 떠안는다면 결국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휴일에도 임금이 보전되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우려한다. 재계는 주5일 근무제가 입법되면 국제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이 재계를 대표해 내놓은 이 건의에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