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넉달째 음봉을 그렸다. 경계감이 있지만 역사적으로 지난 97년과 2000년 두번을 제외하곤 4개월 음봉을 기록한 뒤 대부분 반등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바닥 기대감을 가져볼 만한 시점이기도 하다. 미국 시장이 일정부분 낙폭을 만회하면서 급락 심리를 되돌리고 있고 최근 700선 부근에서의 쌍바닥 형성 과정 진행도 긍정적이다. 국내 기업의 견조한 실적 등 펀더멘털의 상대적인 우월로 해외 자금의 유입 가능성도 곳곳에서 제기되는 모습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6일자 아시아시장 투자전략문건에서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에 비해 가격이 낮아 초과 수익률이 예상되는 아시아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기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징후로 최근의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펀드보다 인터내셔널 펀드로 자금을 투자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인터내셔널 펀드에서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에서 지난 2주간 넘게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당장 급등을 기대하기는 힘든 분위기다. 미국 시장이 급등 후 조정을 거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가 97대로 급락한 데 이어 2/4분기 GDP잠정치가 월가예상치인 2.3%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1%로 발표되면서 우려감이 고조됐다. 증시하락이 소비침체로 이어져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다는 이른바 역자산효과(Negative Wealth Effect)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9조 4,000억원대로의 고객예탁금 감소와 투신권 자금유입 부진 등 국내 증시 유동성 보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 증시와 외국인 매매에 의존하며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는 표류장세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시장 흐름이 중요하겠지만 당장 상승 모멘텀이 없다는 점에서 700선 위쪽으로의 급상승 기대는 접는 분위기다. 기술적 반등과 경계매물에 의한 반락이 번갈아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하에 당장 주식비중의 확대보다는 반등시마다 물량을 조절하는 대응이 유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 당분간 보수적 대응 = 추세적 상승세를 위한 여건이 미진하다는 점에서 본격적 매수 가담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원/달러가 다시 하락하고 D램 현물가 약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미국의 이라크공격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700선 부근에서의 반발매수세는 기대되나 상승시 기술적 반등권역을 벗어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한 단기매매에 한정할 것을 권했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책임연구원은 “미국시장의 기술적 반등이 상당부분 진행되며 20일선과의 이격도가 축소됐다”며 “미국시장 반등이 연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미국의 어닝시즌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2/4분기 GDP 등 굵직한 경제지표가 안좋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미국시장이 급등에 따른 조정을 보일 경우 종합지수 700선 지지력을 다시 시험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700선에서 크게 안밀린 것은 시장 바닥권 기대심리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올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8월에는 780~800을 고점으로 하는 완만한 기술적 반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기술적 반등흐름에서 적정한 매도시점을 찾아 물량을 정리해야 한다”며 “내년도 전망을 바탕으로 4/4분기 정도에서 매수 시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최근 주식형 뮤추얼펀드의 자금유출이 지속되고 있어 미국시장 반등이 신규자금 유입에 의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며 “자금이 재유입되려면 다우지수가 9,000선 위에서 상당기간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볼 때 바닥확인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700선 지지는 대세상승 흐름이 지켜졌다는 의미가 있다”며 “8월초 옵션만기를 앞두고 수급불안으로 블루칩의 강한 상승은 어렵겠지만 내수 소비주와 9월결산 배당투자관련주 등 가벼운 종목의 선전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