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이버 증권거래는 증권거래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주요 수단이다. 양적인 측면이나 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 각국은 한국의 사이버 증권거래 시스템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증시 선진국들의 주요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국내에 사이버 증권거래가 도입된 것은 1997년 말이고 본격적인 거래는 1998년 초부터 시작됐다. 1998년 사이버 증권거래의 비중은 전체 거래의 1.9%에 불과했다. 하지만 1999년부터 사이버 증권거래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비중이 높아졌다. 1999년 19.0%로 높아진 사이버 증권거래 비중은 2000년에는 46.6%, 2001년에는 52.3%에 달했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사이버 증권거래 비중은 지난 6월말 현재 80%에 달하고 있다. 사이버 증권거래가 확산된 것은 증권사들의 대규모 투자 및 수수료 인하 경쟁에서 비롯됐다. 대형 증권사들은 홈트레이딩 시스템 및 웹트레이딩 시스템 유지.보수를 위해 연간 1백억~2백억원을 투입한다. 또 2~3년에 한번씩 실시하는 시스템 업그레이드 때는 최대 5백억원까지 쏟아붓는다. 또 겟모아 이트레이드 키움닷컴증권 등 사이버 증권거래가 주력인 증권사도 속속 생겨났다.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율도 빠르게 인하됐다. 수수료율은 최저 0.025%까지 내려가 0.5% 수준인 오프라인 증권거래 수수료율의 2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값싼 수수료와 더불어 사이버 거래 시스템을 통해 사실상 모든 증권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부각됐다. 사이버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각종 투자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황정보 기업뉴스 재무정보 공시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컴퓨터로 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전문가 수준의 기술적 분석도 가능해졌다. 각종 차트를 활용해 스스로 매매 시점을 탐구해 볼 수 있으며 원한다면 매매를 컴퓨터에 맡기는 시스템 트레이딩도 할 수 있다. 공모주 투자나 은행으로의 자금 이체 등의 기능도 부가돼 투자자들이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다. 말 그대로 '증권사가 컴퓨터 속에 들어앉은 시대'가 됐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