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은 단순히 큰 바다가 아니다. 그곳은 오늘날의 세계를 이끌고 있는 서구 문명이 화려하게 꽃을 피웠던 곳이다. 그 바다를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나라들과 인물들이 명멸해 갔다. 그래서 대서양의 역사는 바로 인류의 역사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대서양을 둘러싼 인간들의 치열한 각축전을 그린 책이 '대서양 문명사'(김명섭 지음, 한길사)이다. 무더운 여름날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만나면 우선 7백60쪽이나 되는 부피에 기가 질릴 것이다. 많은 책을 읽어낸 필자도 마음의 장벽을 넘기 힘들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 가다보면 완전히 몰입할 수 있을 만큼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들어 있다. 한 권으로 서양사를 깔끔하게 정리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놀랍게도 이 책의 저자는 한신대 김명섭 교수다. 책을 덮을 즈음 나는 서양사를 이처럼 꿰뚫을 수 있는 학자가 우리에게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흐뭇함을 느꼈다. 그는 미래를 위해서 이 책을 준비했음을 이렇게 밝힌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의 시.공간적 의미를 올바로 이해한다는 것은 세계화의 파도를 타고자 하는 개인이나 국가, 반대로 그것에 저항하는 개인이나 국가 모두에게 요구되는 기초적 작업이다.' 역사는 지나가 버린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역사는 현재와 미래를 끌어가는 지혜의 샘이 될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가까이 한다. 월등한 기술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국가들은 왜 대서양으로 진출하지 못했을까. 유럽을 압도할 정도의 해양술을 가졌던 중국은 왜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지고 말았을까.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그리고 미국의 순서로 대서양의 주역들이 등장하면서 그들 나름대로의 표준을 만들어 냈다. 오늘날 우리가 맞고 있는 대서양의 표준은 바로 앵글로색슨 종족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적 표준이다. 우리는 그것을 세계화라 부른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할 때면 역사를 되돌아 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다. 무더운 여름날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꿰는 장대한 역사 여행을 떠나보기를 권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