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H모씨(40)는 최근 중국 쓰촨성(四川省) 청두시를 여행하던중 심한 설사를 앓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거리에서 파는 복숭아를 물로 씻은 뒤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먹은 것 외에는 다른 원인을 찾을수 없었다. 이틀간 고생하고 나서 겨우 회복됐지만 벼르고 별러온 인근 명산인 아미산 등반은 포기해야 했다. 해외여행자들이 가장 잘 걸리는 질환이 바로 '여행자 설사'이다. 삼성의료원 여행의학클리닉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공중위생이 취약한 지역을 여행하는 한국인 3명중 1명이 이 병에 걸린다. 즐거운 해외여행을 망치는 '복병'을 피할수 있는 요령을 소개한다. [ 도움말=김경조 한솔병원 소화기 내과의사 ] --------------------------------------------------------------- ◆ 원인과 증상 ='여행자 설사(Traveller's diarrhea)'란 여행중 세균 등에 오염된 음식물이나 과일 물 등을 섭취한 뒤 설사 구토 복통 발열 등을 일으키는 감염성 설사병을 뜻한다. 멕시코나 남미를 여행하는 미국인 가운데 갑자기 설사와 복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같은 병명이 붙여졌다. 현지 음식이나 물에 대한 면역기능에 있어 여행자의 면역력은 거주민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이러다보니 설사를 자주 앓게 된다. 발병 원인의 80%는 병원성 미생물 가운데 대장균이나 캄필로박터 쉬겔라 살모넬라 등 세균이다. 이 증상은 주로 여행중에 나타나지만 잠복기간을 거쳐 여행이 끝난 뒤에도 발병할수 있다. 설사와 함께 복부 불쾌감을 경험하거나 속이 뒤틀리는 듯한 복통을 겪는다. 구토나 열이 나고 탈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대변을 하루에 3∼5회, 많게는 10회 이상 본다. 창자가 끊어질 듯 아프다가 변을 본 뒤 호전되는 양상이 반복된다. 보통 2∼3일이 지나면 호전되지만 환자의 10% 이상은 1주일 이상, 2%는 한달 이상 증세가 지속된다. ◆ 예방 =식수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지역에선 음식물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 조심해야 한다. 끓이지 않은 물은 아예 마시지 않는다. 양치질할 때에도 정수된 물이나 끓인 물을 사용하는게 바람직하다. 과일은 반드시 껍질을 벗겨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상추처럼 날로 먹는 야채는 삼간다. 음료수나 술을 마실 경우 수돗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은 얼음을 넣지 않는게 좋다. 제조회사나 제조원료가 불분명한 아이스크림은 보통 대장균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다만 탄산음료수와 뜨거운 커피나 차, 밀봉된 용기에 들어있는 생수 등은 비교적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 유산균제제나 항생제의 일종인 비스무스제제를 마시는 약물요법도 있다. 유산균은 탄수화물을 유산이나 유기산으로 분해시켜 장내 병원균의 성장을 억제한다. 비스무스는 장내에서 미생물의 활동을 제어하는 작용을 한다. ◆ 치료 =설사가 시작되면 휴식을 취하면서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설사로 빠져 나가는 수분과 염분을 보충해 탈수증상을 막기 위해서다. 끓인 물에 설탕과 소금을 조금 섞어 마시면 이상적이다. 설사가 나더라도 설탕흡수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설탕을 흡수하면서 소금이 딸려 들어가고 물이 함께 들어가 효과적이다. 변을 보는 횟수를 줄이려면 로페라마이드나 비스무스제제를 복용하면 된다. 증세가 악화되면 지사제나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단 12세 이하의 어린이에게는 항생제를 사용하면 안된다. 약을 쓰는 데도 설사가 지속되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구토와 함께 심한 설사가 나면 많은 양의 수분과 염분을 잃고 새로 흡수를 못하기 때문에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