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에 근무하는 조성권 부부장(48). 8월 셋째주부터 시작되는 그의 올 여름휴가 계획은 예년보다 한결 여유롭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 '델라구아다' 감상에서부터 자녀들과 함께하는 경복궁 박물관 관람까지 이동 반경이 크게 줄었기 때문. 매년 여름 휴가때마다 8∼9시간씩 차를 몰며 대관령을 넘던 고생도 이젠 옛일이 됐다. "꼭 여름 휴가라고 맘먹고 바다나 산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많이 자유로워졌습니다." 지난달부터 주5일 근무제의 혜택을 받고 있는 은행권 종사자들의 휴가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주5일 근무 실시 이후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매주 2박3일의 휴가 아닌 휴가가 주어지면서 여름휴가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 이승재 과장은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이른바 여름휴가 피크를 피해 휴가를 떠나는 주위 동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자녀를 두지 않은 젊은 신세대 직원 중에는 아예 번잡한 여름휴가철을 피해 휴가일정을 9월중으로 멀찌감치 잡아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신한은행 김정웅 차장은 "굳이 휴가를 내지 않더라도 즐길 시간은 충분히 있다는 생각을 가진 신세대 사원들 사이에 연중휴가 개념이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며 "금요일이나 월요일 중 하루만 휴가를 내 3일 동안의 절약형 여름 휴가를 즐기는 '알뜰족'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