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지난주 대통령의 무역협상전권(Trade Promotion Authority)을 부활시킨 입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주목해볼 사안이다. 패스트 트랙으로 불리는 이 법은 행정부가 체결한 각종 무역협정을 의회가 내용수정 없이 찬반 표결만 실시한다는 것으로 지난 94년 폐지된지 8년 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그만큼 미 행정부의 대외 협상력이 높아졌고 도하개발아젠다(DDA) 등 미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각종 국제 무역협상들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추진력을 얻을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미국과 적잖은 무역마찰을 빚어왔던 EU 역시 미국의 패스트트랙 부활에 대해선 즉각적인 환영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미국이 패스트트랙을 부활시킴으로써 당장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날 부분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안과 같은 지역협력 협정과 미 정부가 호주 싱가포르 칠레 등과 추진중인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들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의회가 노동 환경 등 사안별로 시시비비를 가리면서 '총론합의 각론반대'의 양상을 보이며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던 이들 협정들은 이번 패스트트랙 부활로 큰 진전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특히 주목할 대목은 패스트트랙 외에도 최근들어 미 행정부가 농업 등 각종 대외무역 협상분야에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서고 있는 점이다. 노동과 농업, 환경분야 보조금을 대폭 증액 내지 정비하고 다른 한편에선 새로운 무역질서를 제안하는 등 공세적인 무역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 최근 미국의 움직임이다. 지난달 미 행정부가 농업분야 보조금을 1천8백억달러나 증액하면서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농업보조금을 생산량의 5% 이하로 감축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도 바로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보조금 감축과 관련한 미국의 이번 제안은 도하개발아젠다 농업분야 협상의 근간을 흔들 만한 중대 사안이라고 하겠고 사태전개에 따라서는 우리에게도 심각한 변화를 강요하게 될 것이 뻔하다. 미 행정부가 패스트트랙의 지원을 받으면서 공세적 무역정책을 펼 경우 우리경제는 적잖은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미국 무역정책은 비상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우리로서는 한.칠레 FTA를 비롯 지역협정 체결을 서두르는 등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내부적으로는 농업분야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는 것도 그런 대응책의 범주에 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