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오면 무궁화가 생각난다. 세계 역사에서 나라꽃(國花)이 수난을 당한 것은 무궁화가 유일하기 때문일 게다. 해외로 떠난 독립지사들이 구국의 상징으로 무궁화를 내세우자 일제는 무궁화나무를 뽑아버리고 불태웠다. 더 나아가 근거 없는 얘기들을 퍼뜨렸다.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서고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긴다며 '피꽃''부스럼꽃'으로 부르면서 멀리하도록 했다.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 )로 불리는 무궁화가 악의 꽃이 되어버린 셈이다. 일제의 영향 탓이겠지만 무궁화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 외래식물이라느니,진딧물이 많이 끼어 보기 흉하다느니,하루만 지나면 시들어 버린다느니 해서 나라꽃으로 적합지 않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다. 과연 그럴까. 울타리꽃으로 사랑 받아온 무궁화가 우리와 밀접하다는 사실은 여러 문헌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상고시대를 기술한 '단기고사'에서는 근수로,'환단고기'에서는 환화 천지화로 표현하고 있으며,고대 중국의 지리서인 '산해경'에도 한반도에 무궁화가 많다고 쓰여 있다. 다만 무궁화가 언제부터 나라꽃이 됐는지에 대해 누구도 확실한 대답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여러 종류의 애국가가 있었지만 독립문 정초식때 배재학당 학도들이 부른 애국가 가사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구절이 들어가면서 국화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통설이다. 그동안 소홀히 취급돼 온 무궁화에 대한 인식이 지난 월드컵을 계기로 새로워지는 것 같다. 전국에 걸친 무궁화나무심기운동이 효과를 거두어서다. 품종도 다양해져 외국인들도 무궁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 특히 성균관대 식물원장인 심경구 박사는 이 분야의 선구자로 통한다. 그는 20여년간 무궁화품종개량에 몰두해 오고 있는데,오는 8일에는 진딧물 등 병충해에 강한 4개 품종의 품평회를 갖는다고 한다. 심 박사에게는 품종개발 외에 또 하나의 소망이 있다. 국내 2백여 종류의 무궁화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을 짓는 것이다. 광복절에 맞춰 무궁화박물관이 착공된다면 더욱 뜻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