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9월29일부터 열리는 부산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남북한 체육교류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분단 이후 크고 작은 남북체육교류가 있었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종합경기대회에 북한이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원래 국제대회 참가가 활발하지 않은 편이지만 특히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는 철저하게 외면해왔다. 86년 서울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올림픽 사상 최대의 참가국수를 기록한 88년 서울올림픽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이는 스포츠를 정치적,이념적 선전수단으로 여겨온 북한이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참가를 체제의 우월성 경쟁에서 패배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왔던 탓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에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할 전망이어서 지금까지 어떤 남북한 체육교류보다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 결정에 어떤 정치적 배경이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제한적 공간에서 소수 인원으로 이뤄지던 남북한 체육교류는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 확실시 된다. 북한은 이번에 3백50명 정도의 선수를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9월 남한과 친선경기 개최에 합의한 축구를 비롯 농구,탁구,배구,소프트볼,배드민턴 등의 참가 가능성이 높다. 이중 여자축구와 남녀 농구,소프트볼은 전력이 아시아정상권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사격과 유도,레슬링,태권도,복싱 등 남한에 비해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 투기종목에도 선수를 대거 파견할 것으로 스포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북한의 참가소식이 전해지자 부산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BAGOC) 관계자들은 휴일인 4일에도 대부분 출근해 선수단 숙소와 교통,안전대책을 협의하는 등 북한선수단을 맞을 채비를 시작했다. 조직위는 우선 정부의 협력을 받아 43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북한의 경비를 전액 제공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북한 선수단의 숙소는 해운대구 반여동에 위치한 아시아경기 선수촌 내에 따로 제공하고 안전대책반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경호작전을 펼 방침이다. 특히 조직위는 성화를 9월5일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에서 동시에 점화해 이틀 뒤인 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합화 행사를 치른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합쳐진 성화는 3주일간 전국을 돌고 나서 29일 부산항에 도착하게 된다. 한편 최근 아프가니스탄이 참가의사를 밝혀온데 이어 이날 북한이 대회 참가를 확정함에 따라 이번 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소속 43개 회원국 전체가 참가하는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