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리포트] 실용주의 정치풍토 '강한 경제'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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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강한 나라'로 만드는 데는 정치권도 일조했다.
공직자들의 높은 도덕성과 권위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정치풍토가 경제를 강하게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올초 페퍼 내무장관이 판공비 남용 혐의로 장관직에서 물러난게 단적인 예다.
그는 로테르담시장으로 재직하면서 개인휴가시 4백만원 상당의 판공비를 착복했다는게 들통나면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우리 정치풍토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 사스키아 스티벨링 감사원장은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헨센 내무부 정당국장은 "최근 10년간 정부 각료나 정치인이 개입된 대형 스캔들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그러나 정당의 소득을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게 국민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깨끗한 정치풍토의 근간에는 정치인들의 실용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자가용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는 의원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국회 자전거보관소에 가면 자전거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빔 콕 전 총리는 자전거를 타고 광장에 나가 '민심'을 듣기로 유명했다.
주요 정당이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를 치르는데 드는 총비용은 50억~60억원 정도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역구가 없는 전국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게 한 요인이기도 하지만, 돈을 퍼부어야 관리가 가능한 '지구당'이 없다는 얘기다.
네덜란드의 한 초선의원은 "한달에 평균 5천유로(약 6백50만원) 정도 사용한다"고 밝혔다.
기독교 민주당의 판 모아젤 공보국장은 "정치인들은 돈을 쓰는 것보다는 국민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토론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치권이 경제 우선 마인드를 갖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네덜란드 기업들은 정부 및 의회와 머리를 맞대고 기업 관련 정책을 숙의하는게 보통이다.
군림하지 않고 국민, 기업과 함께 하는 정치가 '작지만 강한 나라'의 조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