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女人과 群衆 .. 한순현 <벡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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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han@suttong.co.kr
며칠 전 여의도 서쪽 성전 뜰에 한 여인이 쓰러져 있었다.
그 여인을 향해 군중들은 분노했다.
"간음한 여인이다.돌로 쳐라."
허우적대는 그 여인을 향해 군중은 돌을 던졌다.
도덕률을 간음해가면서까지 자식을 '로마 시민'으로 만들려 했던 선택된 자의 어미였기에 군중의 분노는 더 했었을 것이다.
결국 그 여인은 그의 화려했던 삶을 돌무덤에 묻어야 했다.
애국의 깃발을 흔들고 정의를 부르짖으며 군중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겐 그 무덤이 측은해 보였고 군중의 열광은 허망해 보일 뿐이었다.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진 바로 그 군중에게서 더욱 선정적인 음행의 몸짓을 보았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들이 바로 여의도 군중이다.
2000년 전 이스라엘 동쪽 한 성전에 한 여인이 끌려 왔다.
간음한 여인이었으므로 군중은 분노했고,형벌은 단호했다.
"저 여인을 돌로 쳐 죽여라."
그러나 다행히 그 여인은 돌 세례를 면할 수 있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8:7)
군중을 향한 예수의 말씀에 그들은 양심에 가책을 느껴 어른에서 젊은이까지 하나 둘씩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모세의 율법을 따르지 않고 그들은 돌을 내려 놓았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양심의 찔림을 받은 그들.
그들은 바로 유대 군중이다.
결국 여의도 여인은 죽고,유대 여인은 살았다.
돌을 던진 군중과 내려 놓은 군중,으스대는 군중과 찔림을 받은 군중이 있었다.
권한으로 심판하려는 군중과 자격으로 심판하려는 군중이 있었다.
두 청문회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두 청문회는 시공을 초월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공직자에겐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게 되었고,심판하는 자에겐 '죄 없는 자'의 자격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청문회였다.
우리는 간음한 여인에게 던진 그 돌로 여의도 군중을 감시하고 과천 군중도 감시해야 한다.
그 여인의 무덤이 측은해 보이지 않고 군중의 열광이 허망하게 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